우리나라는 고령사회를 넘어 초고령사회로 진입 중이다. 통계청의 '2022년 고령자 통계 자료'에 따르면 2022년 현재 우리나라 65세 이상 고령인구는 901만 8000명으로 전체 인구의 17.5%로 집계됐다. 지금 추세대로라면 2025년에 한국은 초고령사회로 진입하게 된다고 한다.
초고령사회 진입을 앞두고 고령인구의 부양 문제가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특히 국민연금의 경우 2015년 수령개시연령을 65세로 늦추었으나, 최근에는 국민연금의 파산을 막기 위해서는 수급연령을 다시 68세로 늦추어야 한다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나아가 가족 간의 부양이 형해화되면서 노인빈곤의 문제는 점차 심각해져 가고 있다.
기대여명 역시 2021년 기준 83.6년으로 높아지고 있으며, 전반적인 생활수준의 상승과 함께 만 60세가 넘어서도 충분히 노동할 수 있는 건강과 체력을 가진 사람들이 증가하고 있다. 대법원은 이와 같은 추세를 반영하여 최근 육체노동자의 가동연령을 만 60세에서 만 65세로 5년 더 상향 조정하기도 하였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법적 정년은 2013년에 만 60세로 정한 이후 지금까지 변화가 없어 적어도 국민연금의 수령개시연령인 만 65세까지는 법적 정년을 연장하여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으며, 대기업 노조를 중심으로 정년 연장을 단체교섭사항으로 요구하고 있기도 하다.
정년 연장은 초고령화 사회에 진입한 우리나라로서는 어쩔 수 없는 추세로 보인다. 우리보다 먼저 초고령화 사회에 진입한 일본은 만 65세 계속 고용제도를 두고 있다. 즉, 일본에서는 정년을 연장 또는 폐지하거나 촉탁직으로 재고용하는 방법으로 만 65세까지 고용을 유지하도록 하고 있다.
기업의 입장에서 보면, 정년연장 제도는 기존의 숙련된 근로자들을 계속 사용할 수 있다는 점과 함께 최근 청년들의 유입이 되지 않는 직업군들의 고용난을 해소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요소가 있다. 이와 같은 점으로 인해 정년이 지난 근로자들을 촉탁직으로 사용하는 기업들이 많아지고 있다.
그러나 정년연장 제도는 자칫 잘못하면 인건비를 증가시키고 비효율을 증가시킬 우려가 있다. 특히 호봉제 중심의 임금시스템 하에서는 이와 같은 부작용이 더욱 커지게 된다. 현재 하급심 법원은 정년연장형 임금피크제에 대해서도 연령차별인지 여부를 심사하고 있으며, 임금피크제 기간이 길거나 임금 삭감액이 큰 경우에는 정년연장형 임금피크제라고 하더라도 무효로 판단될 가능성이 높다. 또한 판례에 의하면 임금피크제를 실시하기 위해서는 임금피크제 대상자에게 경감된 직무를 부여해야 한다고 하는데, 이와 같이 경감된 직무를 부여해야 한다면 임금피크제 대상자를 무한정 확대하기 어렵다. 따라서 정년연장 제도는 종국적으로는 인건비 상승의 요인이 되고, 나아가 청년들의 고용을 방해하는 요소가 될 가능성이 높다.
한편 정년을 연장하는 대신 일본과 같이 만 65세까지 재고용을 의무화하는 방안도 고려해 볼 수 있다. 그러나 촉탁직으로 계약을 체결한다고 하더라도 연령차별 또는 기간제법상 차별 이슈가 제기될 가능성이 높으므로, 법적 정년연장제도와 동일한 부작용이 발생할 우려가 있다. 실제로 일본에서는 촉탁직 계약 체결과 관련하여 연령차별 소송이 제기되고 있다고 한다.
그러므로 정년연장과 관련하여 사회적 합의를 도출하기 위해서는 기업들의 우려를 불식시켜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서 기업에 대해서는 만 65세까지의 고령자의 고용을 유지하도록 의무화하는 대신 근로자의 임금 수준은 정년연장 전 임금(임금피크제를 실시하고 있는 기업이라면 임금피크제 시행 직전 임금)의 60% 이상으로 노사간 합의로 정하도록 하되, 그 경우 연령차별 및 기간제법상 차별의 적용을 제외하도록 하는 방법 등이 고려될 수 있을 것이다.
초고령화 사회는 지금까지 대한민국이 겪지 않았던 사회의 도래를 의미한다. 출산율을 끌어올려 경제활동인구를 늘리는 것이 가장 좋은 해결책이겠지만, 현재의 추세로 볼 때 출산율 제고는 쉽지 않은 일이다. 그러므로 지금이라도 초고령화 사회를 대비하여 고령인구의 노동력을 합리적으로 활용하여 경쟁력을 높이는 방안을 시급히 연구해야 할 것이다. 이런 점에서 인건비 부담을 줄이면서도 고령자의 고용을 보장하거나 촉진하는 제도에 대한 사회적 합의 도출을 위한 논의가 조속히 시작되길 바란다.
김종수 법무법인 세종 변호사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