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기술(IT)업계와 같이 매분 매초 신기술이 쏟아지는 산업에서는 경쟁우위에서 뒤처지는 것이 두려워 충분한 검토 없이 트렌디한 기술을 도입하고자 하는 경우가 자주 있다. 문제는 기술을 필요한 곳에 도입하는 것이 아니라 해당 기술이 트렌드라는 인식이 형성되고 ‘붐’이 일어나면 모든 부서가 앞다퉈 기술을 도입하고자 할 때다.
신기술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고 우리 비즈니스에 필요한 기술인지를 판단해 도입 여부를 검토하는 것은 물론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 하지만 해당 기술을 어떤 곳에 어떻게 도입할 것이지 등 자세한 비즈니스 적용 방안은 고민이 필요하다. 핵심 비즈니스일수록 그렇다. 새로운 기술을 도입할 때는 충분한 검토를 통해 그 기술이 적용되는 사례와 그 기술이 주는 가치를 다양한 관점에서 명확히 정해놔야 한다. 그렇게 하지 않는다면 궁극적으로는 IT 비용만 증가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
한 예가 IBM의 메인프레임이다. 메인프레임은 쉽게 말해 대용량 데이터를 빠르게 처리할 수 있는 초대형 컴퓨터인데, 독보적인 보안 기술과 뛰어난 성능, 안정성을 제공한다는 장점 덕분에 포천 100대 기업의 66%, 세계 50대 은행 중 45곳이 주요 업무에 이용하고 있다. 메인프레임은 양자 내성 암호 기술이나 생성형 인공지능(AI) 기술 등 시대가 요구하는 첨단 기술이 더해지면서 지속적으로 발전해나가고 있다. 애석하게도 한국에서는 클라우드의 유행이 퍼지면서 메인프레임을 ‘레거시 시스템’(옛 기술이나 컴퓨터 시스템, 소프트웨어 등 현대 기술에 영향을 미치는 과거의 유산)으로 생각하는 기업이 많아진 것 같다.
신기술이 대두됐을 때는 합리적 선택이 필요하다. 모든 부서에서 일괄적으로 신기술 도입 여부를 검토하기보다는 같은 기업 내에서도 해당 팀 또는 비즈니스에 맞는 최적의 기술을 찾는 것이 더 합리적이고 안전하지 않을까. 최적의 기술을 찾아 이를 유기적으로 운영하는 것이 기업의 경쟁력을 극대화할 방법이 아닌가 생각한다. 기업 경영에 진정으로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한 번 더 고민하고 접근하는 것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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