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종자 현지서 교배해 판매…패러다임 바꿨죠"

입력 2023-09-18 18:15   수정 2023-09-26 20:24

“한국에 있는 종자를 해외에 가져다 팔던 회사가 이젠 한국에도 없는 종자를 현지에서 교배·출시해 패러다임을 바꾸고 있습니다.”

여찬두 농우바이오 해외사업본부장은 18일 경기 수원시 농우바이오 본사에서 한국경제신문과 만나 이렇게 말했다. 농우바이오는 1990년대 한국에 있던 무 종자를 중국에 가져다 팔기 시작해 지금은 한국엔 나지도 않는 할라페뇨 종자를 멕시코 현지에서 교배해 판매하고 있다. 해외에서도 높은 점유율을 보이며 농우바이오의 해외 매출(연결 기준)은 2012년 342억원에서 지난해 두 배로 증가한 686억원을 기록했다.

농우바이오가 처음부터 해외 진출에 ‘진심’이었던 건 아니다. 1994년 중국에 법인을 설립할 때만 하더라도 해외 생산기지를 확보하는 차원에 불과했다. 여 본부장은 “중국 진출은 국내 수요를 맞추기 위해 기후가 비슷한 곳에서 종자를 재배한 뒤 한국에 역수출하기 위한 목적이었다”며 “역수출만 계속해선 중국 법인이 살아남기 힘들다고 판단해 중국 현지 판매를 결정했다”고 했다.

‘백옥무’는 대표적인 중국 지역 히트작이다. 여 본부장은 “중국은 예부터 전체가 하얗고 매끄러운 무를 선호하는데, 1990년대만 하더라도 중국에선 울퉁불퉁하고 못생긴 데다 가을에만 자라는 재래종이 유통됐다”며 “그런 시장에 한국에 있던 매끈한 교배종 백옥무를, 심지어 봄에도 내놓자 중국 시장이 뒤집혔다”고 말했다. 백옥무는 한때 현지 무 종자 시장 점유율이 70%에 달하면서 중국에서 봄 무의 대명사가 됐다.

백옥무의 성공에 힘입어 농우바이오는 본격적인 해외 진출에 나섰다. 1997년 인도네시아, 1998년 미국, 2007년 인도에 현지 법인을 설립했다. 현재 여섯 개 해외 법인이 글로벌 기지 역할을 하고 있다. 이외에 본사에서 77개국에 종자를 수출하고 있다.

위도도 기후도 다른 해외 시장에서 종자를 팔려면 한국에 있는 종자를 변형하기만 해선 안 된다는 게 여 본부장의 설명이다. 해당 지역의 트렌드를 파악해 현지에서 5~10년가량 종자를 개량하고 육성하는 게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는 “해외 종자를 한국에 가져와 변형한 뒤 다시 수출하려고 하면 토양이 달라서 그런지 잘 안 자란다”며 “해외에서 종자를 직접 개량·육성하기 위해 미얀마를 제외한 다섯 개 법인에 모두 현지 연구원을 두고 있다”고 했다.

해외 종자를 현지에서 육성해 크게 히트친 상품이 멕시코 수출용 할라페뇨인 발루아떼다. 멕시코에선 큰 할라페뇨가 대세가 돼 가고 있다는 점을 포착해 11~12㎝의 발루아떼를 개발하고 내병성이 강한 품종으로 만든 뒤 2003년 출시했다. 여 본부장은 “멕시코가 종주국인 할라페뇨는 한국엔 종자조차 없었다”며 “그런 멕시코에서도 발루아떼는 크고 강한 내병성을 바탕으로 가공용 부문에서 점유율을 50% 이상 차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여 본부장은 “최근 자국보호정책이 강해지면서 각국의 종자 수출 검역이 예전보다 엄격해진 경향이 있다”며 “국내 종자기업으론 가장 많은 국가에 수출해 온 만큼 수출 성장세를 이어갈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슬기 기자
제작 지원=FTA이행지원 교육홍보사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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