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연구팀이 급성 심근경색으로 관상동맥 중재술을 받은 당뇨병 환자에게 특정 당뇨병 치료제(SGLT2 억제제)를 일찍 투여하면 주요 심혈관 질환 위험을 낮출 수 있다는 사실을 입증했다.이정민 가톨릭대 은평성모병원 내분비내과 교수와 권오성 순환기내과 교수, 명준표 서울성모병원 직업환경의학과 교수팀은 2014~2018년 급성 심근경색으로 관상동맥 중재술을 받은 당뇨병 환자 2814명을 분석해 이런 내용을 확인했다고 19일 밝혔다.
당뇨병 치료제로 널리 활용되는 SGLT2 억제제는 신장에서 포도당 재흡수를 줄여 소변으로 배출시키면서 혈당을 낮춰주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동안 다양한 연구를 통해 SGLT2 억제제의 조기 사용이 심장 보호 효과를 발휘한다는 게 확인됐지만 급성 심근경색 위험도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확인한 연구는 없었다.
연구팀은 SGLT2 억제제와 다른 혈당강하제를 투여받은 환자를 SGLT2 억제제 사용 그룹(938명), SGLT2 억제제 미사용 그룹(1876명) 등으로 나눈 뒤 두 그룹 사이에 질환 발생률 등을 추적관찰했다. 종합 평가지표는 사망·심부전으로 인한 입원 발생률로, 주요 심혈관 사고 평가 지표는 사망, 심근경색, 허혈성 뇌졸중 발생률로 정했다.
그 결과 추적관찰 기간(중앙값 2.1년) 동안 사망이나 심부전 때문에 입원한 비율은 SGLT2 억제제 미사용 그룹 13.9%, SGLT2 억제제 사용 그룹 9.8%로 SGLT2 억제제 조기 사용이 위험 발생을 낮추는 것으로 나타났다. 주요 심혈관 사고 발생률도 SGLT2 억제제 미사용 그룹은 11.6%, SGLT2 억제제 사용 그룹은 9.1%로 조사됐다.
이 교수는 “심장 및 신장 기능 보호 효과가 있다고 알려진 당뇨병 치료제 SGLT2 억제제가 심근경색 후 실질적인 심장 보호 효과가 있음을 세계 첫 번째로 입증한 것”이라고 의미를 설명했다. 권 교수는 “SGLT2 억제제의 적절 사용을 위한 한국인 대상 장기 추적관찰 연구가 필요하다”며 “이번 연구를 시작으로 국내에서도 SGLT2 억제제가 심장병 환자에게 조기에 사용될 수 있는 길이 열리길 기대한다”고 했다. 지난해 스페인에서 열린 유럽심장학회에서 발표된 이번 연구 결과는 올해 7월 미국심장학회 학술지에 실렸다.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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