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 청와대와 국토교통부가 제21대 총선 두 달 전 집값 통계 조작 범위를 서울에서 수도권으로 확대한 것으로 나타났다.
19일 감사원에 따르면 당시 청와대는 2020년 2월 하순부터 국토교통부에 수도권(경기·인천) 집값 변동률의 '주중치'(금요일)와 '속보치'(월요일)를 보고하라고 지시했다. 제21대 총선(4월 15일)을 두 달 앞두고는 보고 범위를 수도권으로 확대한 것이다.
작성 중인 통계를 다른 기관에 제공하는 것은 통계법 위반에 해당한다. 이 시기는 주택담보대출비율(LTV) 규제를 대폭 강화하고 15억원 이상 주택의 주택담보대출을 아예 금지한 2019년 '12·16 대책'이 나온 지 2개월 후다.
고강도 대책에 서울 강남 집값 변동률은 하락세로 전환했으나, '풍선효과'로 서울 강북과 수도권 변동률이 상승하자 또다시 조작을 지시한 것이라고 감사원은 발표했다. 당시 윤성원 전 청와대 국토교통비서관이 국토부에 주중치 보고 확대를 지시한 것으로 감사원은 확인했다.
청와대가 2020년 2월 2주차부터 4월 2주차까지 10주간 국토부와 부동산원에 서울과 수도권의 집값 변동률이 상승하면 사유를 반복 확인하게 하는 등 변동률 하락을 압박했고, 그 결과 부동산원이 수치를 조작했다고 감사원은 판단했다. 특히 당시 청와대가 선거를 앞두고 위험 부담이 큰 추가 부동산 대책을 마련하는 대신 통계를 매만지는 방식으로 집값이 안정세를 보이는 것처럼 만들었다고 감사원은 보고 있다.
앞서 감사원은 문재인 정부 당시 청와대가 2017년 6월부터 한국부동산원이 전국 주택가격 동향 조사를 할 때 서울 주택 매매가격에 대해 확정치(화요일) 발표 전 주중치와 속보치를 보고하라고 부당 지시한 바 있다고 밝혔다.
또 지난 15일 '통계 조작' 중간 감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집값 통계는 물론 소득과 고용 통계에서도 조작이 있었다고 판단, 장하성·김수현·김상조·이호승 전 청와대 정책실장 등 전 정부 고위직 22명을 검찰에 수사 요청했다고 전했다.
잇따른 문재인 정부 통계 조작 의혹과 관련한 감사원 감사와 관련해 국민의힘은 연일 비판을 쏟아내고 있다.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가 끝난 후 기자들과 만나 "우리당은 통계조작과 관련해 아주 심각하게 보고 있다"며 "역대 어느 정부도 하지 않았던 일이고 정말로 해서는 안 될, 선을 넘어도 한참 넘은 그런 잘못"이라고 지적했다.
박대출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은 원내대책회의 모두발언에서 "문 전 대통령이 (통계 조작을) 알고 있었어도 문제, 몰랐어도 문제"라며 "통계 조작으로 국민을 속인 데 대해 석고대죄해야 한다"고 말했다.
신현보 한경닷컴 기자 greaterfoo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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