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09월 19일 17:09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허수성 청약’을 막기 위한 제도 도입 이후 IPO 수요예측 경쟁률이 기존과 비교해 절반 수준으로 낮아졌다. ‘뻥튀기’ 경쟁률이 사라지면서 당분간 1000대 1이 넘는 높은 경쟁률은 현실적으로 보기 힘들어질 것으로 분석됐다.
경쟁률 기준이 바뀐 만큼 경쟁률 숫자 자체보단 실수요로 참여한 참여 기관투자가 수와 장기 투자 성향, 확약 비중 등이 향후 공모주 투자의 주요한 기준이 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참여기관 수는 비슷, 경쟁률만 ‘뚝’
19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수요예측 제도 변경 이후 IPO 공모에 나선 기업 7곳의 수요예측에는 평균 기관투자가 1799곳이 참여했다. 평균 경쟁률은 646대 1로 집계됐다.하반기에 수요예측을 진행했지만 바뀐 제도의 적용 대상이 아니었던 IPO 기업 14곳의 결과를 살펴보면 평균 기관 1593곳이 수요예측에 참여해 평균 경쟁률은 1325대 1이었다.
평균 참여 기관 수는 소폭 늘었지만, 오히려 경쟁률은 절반 수준으로 낮아졌다. 허수성 청약을 방지하기 위해 기관투자가가 실제 주금 납입 능력 내에서만 주문을 낼 수 있도록 제도가 변경된 결과다.
7월 1일 이후 증권신고서를 제출한 IPO 기업부터 허수성 청약을 방지하기 위한 제도가 적용됐다.
참여 기관투자가는 자기자본 또는 펀드 자산총액 합계액 이하 금액만 주문할 수 있다. 주관사가 각 기관의 주금납입 능력을 확인하며, 만약 참여금액이 주금납입 능력을 초과할 경우 불성실 수요예측 참여자로 신고해야 한다.
제도 전후를 비교하면 IPO 기업 수요예측에 참여하는 기관 수는 소폭 증가했다. 그런데도 최종 경쟁률 숫자가 낮아졌다는 건 그동안 허수 주문에 따른 ‘경쟁률 뻥튀기’가 존재했다는 의미로 해석됐다.
IB 업계 관계자는 “국내 공모주 시장 규모가 크게 확대되지 않는 이상 당분간 수요예측 경쟁률 ‘1000대 1’ 이상의 숫자는 보기 어려워질 것”이라며 “각 기관투자가가 써낼 수 있는 금액이 제한된 만큼 공모 규모가 큰 IPO 기업일수록 경쟁률 하락 폭이 더 크게 나타날 것”이라고 말했다.
수요예측 제도 변경 이후 첫 조단위 IPO 기업인 두산로보틱스는 수요예측 경쟁률이 약 272대 1로 집계됐다. 1920개 기관이 참여했다. 기관투자가 대상 물량과 공모가, 경쟁률 등을 감안하면 두산로보틱스 수요예측에 약 70여조원의 주문이 들어온 것으로 추산됐다.
역대 최대어로 꼽히던 LG에너지솔루션 IPO 수요예측에 참여한 기관 수(1988곳)와 비슷하지만, 경쟁률(2023대 1)은 크게 차이가 났다.
연기금 등 장기투자자 참여 여부 등 주목
일각에선 바뀐 수요예측 제도하에서 기존 조단위 IPO 기업과 경쟁률을 비교하기보단 참여 기관의 투자 성향과 확약 비중 등을 따져야 한다는 시각도 있다.단순 경쟁률만으로 과거 IPO 기업 수요예측 성적표와 비교가 어려워진 만큼 연기금이나 장기 투자 성향의 국내외 자산운용사 참여 여부가 수요예측 질을 평가할 기준이 되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두산로보틱스의 경우 국내외 우량 투자자가 대거 주문을 넣은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에선 연기금을 비롯해 운용자산 상위 50위권 내 대형 자산운용사가 모두 참여했다. 이들은 장기투자 성향이 뚜렷한 곳이다.
싱가포르투자청(GIC), 노르웨이 중앙은행, 블랙록, 골드만삭스자산운용 등 해외 롱온리(long-only) 펀드 20여곳도 수요예측에 참여했다. 미래에셋증권과 한국투자증권, NH투자증권, KB증권, 크레디트스위스증권 등 공동 대표 주관사가 해외 세일즈에 집중한 결과물이다.
두산로보틱스 수요예측 결과가 외견상 경쟁률이 낮지만 실질은 그렇지 않다는 자산운용업계의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주관사단은 기관 배정 물량의 상당수를 해외 롱온리 펀드 등에 배정할 것으로 전해졌다.
상장 이후 일정 기간 공모주를 매도하지 않겠다고 약속하는 의무 보유 확약 비중(금액 기준)은 51.6%로 나타났다. 수요예측에서 의무 보유 확약을 건 기관 비중이 50%를 넘은건 지난 6월 필에너지 이후 처음이다. 공모주 물량을 배정받기 위해 확약을 감수한 곳들이 많다는 의미다.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경쟁률을 단순 비교하기보단 참여 기관이 해당 IPO 기업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를 살피는게 중요해졌다”라며 “장기 투자자가 관심을 보일수록 상장 이후 중장기적으로 주가 상승 가능성이 높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최석철 기자 dolso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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