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반도체 강자' 마이크론, 中제재 뚫고 질주

입력 2023-09-19 17:52   수정 2023-09-20 00:51

미국 메모리반도체 기업인 마이크론 테크놀로지는 지난 3월 중국발 악재를 맞았다. 중국 국가인터넷정보판공실이 마이크론을 특정해 인터넷 안보 심사를 한다고 발표해서다. 마이크론은 전체 매출의 11%를 지난해 중국에서 올렸다. 국가인터넷정보판공실의 발표 뒤 마이크론 주가는 하루 만에 5% 가까이 떨어졌다. 그런데 중국의 규제 뒤 반년 동안 마이크론 주가는 16.83% 올랐다. 중국이 마이크론을 ‘콕 집어’ 규제한 배경을 알면 주가가 반등한 이유도 이해할 수 있다.
세계 메모리반도체 3강

마이크론은 1978년 미국 아이다호주에서 시작한 메모리반도체 제조회사다. 당시 메모리반도체 시장에는 지각 변동이 일어나고 있었다. 이전까지 시장을 주름잡았던 인텔, AMD, 내셔널세미컨덕터 등 미국 기업이 주춤한 사이 NEC, 도시바, 히타치, 미쓰비시 등 일본 기업들이 고성능 D램을 앞세워 시장을 장악하기 시작했다. 그러다 미국 정부가 반도체 반덤핑 상계 관세, 미·일 반도체 협정 등을 통해 시장에 적극적으로 개입하면서 마이크론은 살아남았다. 이후 도시바 등의 메모리반도체 사업 부문을 인수하며 마이크론은 세계적인 반도체 기업으로 거듭났다. 시장조사기업 가트너에 따르면 지난해 메모리반도체 시장에서 마이크론의 점유율은 18.7%로 삼성전자(36.8%), SK하이닉스(22.8%)의 뒤를 잇는다.

마이크론은 사실상 미국의 유일한 D램 제조업체다. 반도체는 연산과 제어 등 정보 처리에 쓰이는 시스템반도체(비메모리반도체)와 정보를 저장하는 데 쓰이는 메모리반도체로 나뉜다. 메모리반도체는 다시 D램과 낸드플래시(낸드)로 분류된다. 시스템반도체 시장에서는 인텔, 퀄컴, 브로드컴, AMD 등 미국 회사들이 포진해 있지만 메모리반도체에서는 상황이 다르다.

중국이 마이크론을 특정해 규제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미국 반도체 패권을 뒤흔들 수 있는 틈새가 있다면 바로 메모리반도체, 그중에서도 마이크론이라는 얘기다. 미국도 마이크론을 보호·육성하기 위한 조치를 적극적으로 취하고 있다. 마이크론은 미국 정부가 추진하는 반도체지원법의 수혜를 가장 많이 보며 미국 투자를 늘리는 기업 중 하나다.
급성장하는 HBM 둘러싼 경쟁
고대역폭메모리(HBM) 반도체 경쟁은 마이크론이 넘어야 할 산으로 꼽힌다. HBM은 생성형 인공지능(AI) 시장이 커지면서 가장 주목받는 분야 중 하나다. 생성형 AI를 만들기 위해서는 고성능 그래픽처리장치(GPU)가 필요한데, 이 GPU에는 HBM이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HBM은 D램 여러 개를 수직으로 연결해 데이터 처리 속도를 끌어올린 기술이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는 올해부터 2025년까지 HBM 시장 규모가 연평균 45% 커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마이크론을 분석하는 애널리스트 38명 가운데 26명(68.4%)이 매수를 추천했다. 투자의견으로 보유와 매도 의견을 제시한 이는 각각 10명, 2명이었다. 12개월 목표 주가는 76.49달러다. 마이크론의 18일(현지시간) 종가는 70.5달러다. 올 들어 18일까지 주가 상승률은 41%다.

마이크론 매출은 2020년 214억4000만달러, 2021년 277억1000만달러에 이어 지난해 307억6000만달러로 늘었다. 하지만 올해 매출은 반도체 경기가 가라앉으면서 154억5000만달러로 감소할 전망이다.

김인엽 기자 insid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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