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0년대 미국 스리마일섬에서 원자력발전소 사고가 터지면서 사세가 기울기 시작했다. 가전, 원전 등 주력사업이 줄줄이 매각된 가운데 웨스팅하우스라는 본사 사명은 원전 자회사로 넘어갔다. 이 자회사는 1999년 영국 BNFL에 팔렸다가 2006년 일본 도시바에 매각됐다. 웨스팅하우스는 삼성전자 반도체에 밀려 고전하던 도시바에 새로운 희망이었다. 하지만 2011년 3월 동일본 대지진이 일어나면서 허사로 돌아갔다. 50개 원자로가 폐쇄되면서 도시바는 약 7조원에 이르는 웨스팅하우스의 손실을 떠안고 사실상 파산 상태가 됐다. 웨스팅하우스는 결국 2018년 캐나다 사모펀드인 브룩필드비즈니스파트너스를 거쳐 지난해 캐나다 우라늄 업체인 카메코에 팔리는 것으로 정리됐다.
한국 첫 상업용 원전인 고리 1호기 건설은 웨스팅하우스의 기술 전수로 시작됐다. 한국은 이승만 대통령 시절인 1950년대 일찌감치 원자력 도입을 결정했다. 당시 미국 대통령 과학고문이던 워커 리 시슬러 박사가 자원 빈국인 한국에 적합한 ‘머리에서 캐는 에너지’라며 설득했다고 한다. 그 결과가 반세기 만의 원전 5대 강국 도달이다. 웨스팅하우스와 한국의 최근 갈등은 폴란드 원전 수주를 놓고 신경전을 벌이면서 시작됐다. 웨스팅하우스는 한국수력원자력의 차세대 원전이 미국 수출입통제법을 어겼다며 미국 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 결과는 한수원의 승리. 지식재산권 문제가 최대 쟁점이었지만 정작 법원은 웨스팅하우스에 소송 자격이 없는 것으로 판단했다. 일단 한고비 넘겼지만 안심할 상황은 아니다. 다양한 분야에 걸쳐 원천 기술력을 확보한 웨스팅하우스와는 경쟁과 협력을 병행해야 하는 관계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전설리 논설위원 slj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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