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사이트 9월 19일 오후 4시 34분
“바다에서 한평생 일군 회사인 동원이 누구보다 HMM을 잘 운영할 수 있습니다.”
김재철 동원그룹 명예회장의 어조에는 확신과 자신감이 묻어났다. 그는 19일 서울 사근동 한양대에서 열린 명예공학박사 학위 수여식이 끝난 뒤 기자들과 만나 “HMM 인수에 성공하면 내 마지막 꿈을 이루는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김 명예회장이 공식 석상에서 HMM 인수와 관련해 자신의 의지를 내비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올해 88세, 아흔을 앞둔 그의 ‘출사표’에선 국내 최대 해운사인 HMM을 기어코 품겠다는 강한 의지가 느껴졌다. 그는 “동원이 HMM을 가장 잘 운영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평가는 제3자가 하는 것이니 믿고 기대하겠다”고 했다.
김 명예회장의 강한 의지는 동원그룹의 발빠른 행보에서도 드러난다. 동원은 HMM 인수에 그룹의 모든 역량을 쏟아붓고 있다. 대우조선해양(현 한화오션) 인수 자문 경험이 있는 삼정KPMG, 글로벌 톱티어 컨설팅회사인 베인앤드컴퍼니와 일찌감치 자문 계약을 했다. 해운업 경험이 없다는 약점을 극복하기 위해 현대상선(현 HMM) 출신으로 지난해까지 SM상선을 이끈 박기훈 전 SM상선 대표를 영입하기도 했다.
이날 행사에는 김 명예회장의 두 아들인 김남구 한국투자금융지주 회장과 김남정 동원그룹 부회장도 참석했다. HMM 인수전을 진두지휘하는 김 부회장은 “LX, 하림과의 경쟁이 중요한 게 아니라 우리가 인수 이후 HMM을 어떻게 성장시켜 다른 글로벌 선사들과 경쟁할 것인지가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김 부회장은 동원그룹이 운영 중인 항만과 HMM이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해운업은 누가 더 좋은 항만을 가지고 있느냐에 따라 경쟁력이 결정될 것”이라며 “동원은 부산에 항만을 갖고 있고, 내년에 부산신항에 국내 최대 규모 스마트항만을 또 열 예정이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우위를 점하고 있다”고 말했다. 인수 이후에는 사업 효율화와 친환경화를 통해 경쟁력을 끌어올리겠다는 계획을 덧붙였다.
김 부회장은 최소 5조원에 달하는 인수 자금 조달에 대해서도 “충분히 가능하다”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그는 “자산은 부채와 자본의 합인데 동원은 부채가 적어 상대적으로 자산 규모가 작아 보인다”며 “여러 가지 자본 확충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고 했다.
김 회장도 동생인 김 부회장의 말에 힘을 보탰다. 그는 “동원 혼자의 힘으로도 자산 유동화 등을 통해 충분히 인수대금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 부회장은 대한은박지와 테크팩솔루션, 한진피앤씨 등 동원그룹의 주요 계열사 인수를 이끌며 경험을 쌓은 인수합병(M&A) 전문가다. 탄탄한 지배구조를 갖춘 동원그룹은 김 부회장의 주도 아래 주요 계열사 지분을 블록딜 형태로 매각하거나 자산을 유동화해 인수자금을 조달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오랜 검토 과제이던 스타키스트 등 주요 계열사 기업공개(IPO) 방안도 만지작거리고 있다.
박종관 기자 pj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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