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이재명 대표에 대한 체포동의안 표결이 예정된 오는 21일 국회 본회의에서 노동조합법 2·3조 개정안과 방송법 개정안 단독 처리를 시도한다. ‘불체포특권을 포기하겠다’는 이 대표의 당초 약속과 달리 체포동의안을 부결시켜야 한다는 당내 분위기가 강해지자 쟁점 법안을 함께 상정해 방탄 논란을 희석시키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소위 ‘노란봉투법’으로 불리는 노조법 2·3조 개정안은 불법 파업을 조장할 것으로 예상돼 윤석열 대통령이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할 가능성이 높은 법안이다.
노조법 개정안은 하청 노조가 원청을 상대로 교섭을 요구하고, 이에 응하지 않을 경우 파업도 허용하는 내용을 담고 있어 ‘파업조장법’으로도 불린다. 불법 파업에 대한 기업의 손해배상 입증 책임도 강화했다. 방송법 개정안은 공영방송 이사 수를 늘리고 직능단체 등으로부터 이사 추천을 받도록 하는 내용이다.
민주당 원내 관계자는 “9월 국회에서 처리하지 못하면 국정감사가 끝나는 11~12월까지 미뤄질 수밖에 없다”며 “더 이상 미루기엔 정치적 부담이 있다”고 했다. 국민의힘은 두 법안을 모두 반대하고 있다. 거대 야당의 단독 처리 움직임에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은 “제조업 생태계를 뿌리째 흔들 수 있다”며 “산업 현장의 혼란과 경제적 재앙을 다시 숙고해 달라”고 호소했다. 손 회장은 이 같은 우려를 담은 서한을 298명 국회의원 전원에게 전달하기로 했다.
이런 상황에서 민주당이 쟁점 법안 처리에 나선 건 이 대표 체포동의안 부결에 따른 후폭풍을 최소화하려는 포석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이 대표는 지난 6월 교섭단체 대표 연설에서 스스로 불체포특권 포기를 선언했고, 민주당 소속 의원들도 체포동의안 가결 처리를 약속한 바 있다.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체포동의안과 국무총리 해임결의안 처리를 앞둔 혼란스러운 상황”이라며 “이런 시기에 두 쟁점 법안을 처리하는 것이 책임 있는 자세인지 고민해야 한다”고 했다.
국민의힘도 체포동의안 표결에 대한 정치적 셈법이 복잡하긴 마찬가지다. 단식 중인 제1야당 대표를 구속시켰다는 역풍이 불 수 있는 데다 민주당에서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가 일단락돼 중도 확장이 제한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한편 문재인 전 대통령은 이날 이 대표가 단식 중인 서울 면목동 녹색병원을 찾아 “단식의 진정성이나 결기는 충분히 보였다”며 “빨리 기운을 차려 다른 모습으로 싸우는 게 필요한 시기”라며 단식 중단을 권유했다. 이 대표는 “끝없이 떨어지는 나락 같다. 그래서 단식을 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한재영/양길성/김일규 기자 jyh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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