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강업계 "저가 수입재에 무방비 노출…정부가 철강 보호무역 나서야"

입력 2023-09-20 17:09   수정 2023-09-20 17:11


글로벌 각국의 보호 무역 시대에서 국내 철강업계가 생존하기 위해 정책 지원이 시급하다는 주장이 나왔다. 주요 국가의 보호무역 정책, 유럽연합(EU)의 탄소국경조정제도(CBAM), 중국과 일본의 저가 철강재 공세 등에 의해 위기에 빠진 철강업계를 보호하기 위한 기반을 마련해달라는 취지다.

한국국제경제법학회와 법무법인 태평양은 지난 19일 ‘자국 우선주의 시대, 한국 철강 산업 생존 확보를 위한 제언’ 학술대회를 열었다. EU는 다음 달부터 CBAM 시범 운영을 시작하고, 2026년부터 탄소세를 부과한다. EU에 철강, 알루미늄, 시멘트, 비료 등을 수출할 때 탄소 배출량을 알리고 세금을 내도록 규정한 제도다. 권소담 태평양 변호사는 “EU가 탄소 배출량을 산정할 때 얼마나 유연성을 부과할지 파악해야 한다”며 “기밀 유출의 위험도 있어 데이터를 보호하기 위해 당국과 긴밀히 협의해야 한다”고 했다. 심영규 동아대 교수는 “철강 기업들이 탈탄소에 나설 수 있도록 국가 차원에서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탄소중립 종합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 철강 산업이 저가 수입재에 무방비로 노출됐다는 지적도 나왔다. 이진우 포스코경영연구원 수석연구원은 “전통적인 무역 구제 조치뿐 아니라 수입산을 모니터링할 수 있는 시스템 구축해야 한다”며 “조강국 원산지 정보공개 제도 도입 등을 통해 시장을 고도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평수 포스코 그룹장은 패널 토론에서 “일본과 중국 등 주변국의 덤핑 수출로 인해 국내 철강산업이 위기 상황에 처해 있다“며 “철강 산업의 경제 안보적 차원의 중요성과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산업 보호 정책의 도입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한창완 태평양 변호사는 “저가의 외국산 철강 제품, 철강 수요 감소 등으로 우리 철강 산업이 사면초가”라며 “정부는 관세 조치 등 통상 협정에서 정해진 행사해야 한다”고 했다. 이로 인한 국제투자분쟁(ISDS)이 제기될 가능성이 작다는 게 한 변호사의 설명이다. 허경욱 태평양 고문은 “철강이 한국 산업 전체에 미치는 영향을 단순히 부가가치와 같은 수치로만 판단할 것이 아니라 전기나 금융처럼 기간산업이라는 점을 잊지 않아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형규 기자 kh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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