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돗개는 한국에서 일찌감치 천연기념물 53호(명칭 진도개)로 지정됐다. 하지만 세계견종협회는 확실한 순종이 없는 만큼 원산지가 한국이라는 것을 인정하지 않았다. 이 선대회장이 순종 진돗개 보존 사업에 발을 들인 이유다.
그는 진돗개 순종을 얻기 위해 진도에서 들여온 30마리를 150마리로 늘렸다. 진돗개를 사들인 지 10년 만에 마침내 순종 한 쌍을 얻었다. 사육사와 종일 연구하고 외국 전문가를 수소문해 연구한 결과다.
이 선대회장의 노력은 곧 결실을 봤다. 1982년 세계견종협회는 진돗개 원산지를 한국으로 등록했다. 2005년에는 세계 최고 권위의 애견협회인 영국 견종협회 케널클럽에 진돗개를 정식 품종으로 등록하는 데 성공했다. 영국 왕실의 지원을 받는 등 콧대 높던 케널클럽은 까다로운 심사 과정을 거쳐 진돗개를 ‘품종 및 혈통 보호가 잘돼 있는 견종’으로 평가했다.
이 선대회장은 1975년 한국에 진돗개 애호협회를 설립해 초대 회장에 취임했다. 진돗개경연대회도 열었다. 1993년부터는 세계적 애견대회인 크러프츠도그쇼를 후원했다. 2013년 이 대회에서 진돗개 체스니가 처음 출전해 입상하기도 했다.
이 선대회장의 애견 행보는 1988년 서울올림픽 개최를 앞둔 무렵에 더 주목받았다. 올림픽을 전후해 한국을 놓고 ‘개를 잡아먹는 야만국’이라는 부정적 인식이 국제 사회에 퍼졌다. 그는 당시 국제동물복지기금(IFAW) 임원진을 초청해 애완견 연구센터와 안내견학교 신축 현장 등을 견학시키며 이 같은 인식을 불식시키기 위해 힘썼다.
이 같은 행보는 각별한 ‘반려견 사랑’에서 비롯됐다. 중학생 때부터 반려견을 기른 그는 직접 목욕시키고 방에서 같이 잘 만큼 애정을 쏟았다. 한때 서울 한남동 자택에서 200마리 이상의 반려견을 돌보기도 했다. 그의 행보는 이른바 ‘덕업일치’(좋아하는 일과 생업의 일치)의 표본으로 통하기도 한다. 그는 에세이 <생각 좀 하며 세상을 보자>를 통해서도 덕업일치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아무리 취미생활이라도 즐기는 데 그치지 않고 그것을 깊이 연구해 자기의 특기로 만드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며 “거기에 취미를 통해 남을 도와줄 수 있다면 더 좋은 일이다”라고 적었다.
김익환 기자 lovepen@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