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구호는 20일 성남문화재단이 제작하는 오페라 ‘나비부인’ 기자간담회에서 “‘나비부인’은 지금껏 시도한 것 가운데 가장 큰 실험”이라며 “원작의 음악이 주는 아름다움과 감정선을 유지하되 독특함과 신선함을 느낄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패션 브랜드 ‘구호(KUHO)’를 만든 디자이너 출신인 정구호는 ‘향연’ ‘일무’ 등 전통무용의 연출을 맡아 연달아 흥행몰이를 했다.
‘라보엠’ ‘토스카’ 등과 함께 푸치니의 3대 오페라 중 하나로 꼽히는 ‘나비부인’은 일본 나가사키 항구를 배경으로 펼쳐진다. 집안이 몰락해 게이샤가 된 초초(나비라는 뜻)상은 미국 해군 장교 핑커톤을 남편으로 받아들인다. 하지만 핑커톤은 본국에 돌아가 미국 여성과 또다시 결혼한다. 초초상은 결국 스스로 목숨을 끊는다.
정구호는 작품 배경을 서기 2576년의 우주로 바꿨다. 각각 엠포리오 행성과 파필리오 행성을 대표하는 핑커톤과 초초상이 동등한 위치의 협상자로 만나는 설정이다. 정구호는 “원작에 담긴 제국주의적 요소를 배제하고, 핑커톤과 초초상의 계급 차이를 없애기 위해 배경을 바꿨다”고 설명했다. 그는 파격적인 시도에 대해 “문화 예술은 전통을 고수하는 사람과, 전통을 현대에 맞게 바꾸려고 하는 사람과, 새로운 실험을 하는 실험가 등 세 부류의 사람이 조화를 이룰 때 발전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공연은 10월 12~15일 성남아트센터 오페라하우스에서 열린다.
신연수 기자 sy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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