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철 한국전력 사장이 20일 취임식에서 “최근 국제 유가와 환율이 다시 급등하고 있다”며 “전기요금 정상화가 무엇보다 시급하다”고 말했다. 또 “한전은 총수익의 30% 이상을 국내 전력 판매 이외 분야에서 내는 글로벌 종합에너지기업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했다. 단기적으로는 전기요금 정상화 필요성을, 중장기적으로는 전기요금에 의존하는 사업 구조 혁신을 강조한 것이다. 김 사장은 4선 국회의원을 지낸 한전 62년 역사상 첫 정치인 출신 사장이다. 임기는 3년이다.
그는 전남 나주 본사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한전은 1990년대 시가총액 압도적 1위의 국내 최대 공기업이고 2016년에는 포브스가 선정한 글로벌 전력회사 1위 기업이었는데 지금은 사상 초유의 재무위기로 기업 존폐를 의심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한전 부채 201조원은 연간 국가예산의 30%, 국내총생산의 10%나 되는 막대한 금액”이라며 전기요금 인상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러면서 “사채 발행도 한계에 이르렀다”며 “신용도 추가 하락과 조달금리 상승, 협력업체의 연쇄 도산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원가를 밑도는 전기요금이 전력산업 생태계를 붕괴시킬 것이란 지적이다. 김 사장은 “뼈를 깎는 경영혁신과 내부 개혁 없이는 전기요금 정상화를 위한 국민 동의를 얻지 못할 것”이라며 “기존 재무구조 개선 계획을 속도감 있게 추진하고 특단의 추가 대책도 강구하겠다”고 했다.
또 “KT는 1980년대 말 100% 유선전화 사업자였는데 지금은 그 비중이 3%에 불과하고, 포스코는 2차전지사업에 진출하면서 재계 5위로 성장했다”며 한전의 대변신을 주문했다. 전력 판매 외 분야에서 수익을 늘리기 위한 방안으로 한전이 신재생에너지 사업을 직접 해야 한다고 했다. 김 사장은 “해상풍력과 같은 대규모 사업은 자금력과 기술력, 풍부한 해외 파이낸싱 경험을 갖춘 한전이 적극 주도해 글로벌 경쟁력을 빠르게 확보해야 한다”며 “한전이 신재생 사업을 직접 수행하면 발전원가는 대폭 낮아지고 전기요금 인상 요인도 그만큼 흡수될 것”이라고 했다.
한전은 전기사업법상 발전·판매 겸업 금지 조항 때문에 발전사업을 직접 하지 못한다. 특수목적법인(SPC) 형태로 일부 풍력 사업을 하는 정도다. 법 개정을 통해 대규모 해상풍력 사업을 직접 벌여 수익성을 높이겠다는 취지다.
김 사장은 “이탈리아 전력회사 에넬은 2000년대 이후 재생에너지 등 사업을 다각화해 지난해 영업이익 16조원을 기록했다”며 “신재생에너지 사업을 직접 하더라도 한전과는 독립된 조직으로 운영하면서 회계를 분리하고 망 중립성을 철저히 지키겠다”고 했다.
박한신 기자 ph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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