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에서 여중생 3명이 장애가 있는 또래 남학생을 집단 폭행한 사건의 재판이 진행 중인 가운데, 가해 학생들이 당시 남학생을 괴롭히며 촬영한 영상이 공개됐다.
지난 20일 MBC가 공개한 영상에는 지난 7월 27일 울산 동구에서 가해 여학생들이 오른손에 장애가 있는 중학생 A군을 인적 없는 골목으로 데려가 폭행하는 모습이 고스란히 담겼다. 이 영상은 가해 학생들이 직접 휴대폰으로 촬영했고,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도 올라왔다.
해당 영상을 보면 가해 학생들은 A군에게 손가락으로 '브이' 모양을 만들라고 강요했다. A군이 손을 움직이는 것을 힘겨워하자 가해 학생들은 "빨리 빨리. 기다리고 있잖아. 발가락으로라도 해라"고 했다. A군이 힘겹게 '브이' 표시를 하자 비웃기도 했다.
가해 학생들은 A군에게 비닐봉지에 소변을 보게 한 뒤 담배꽁초를 넣고 마시라고 강요하거나, 바닥에 떨어진 음식물을 핥으라고 하는 등 충격적인 가혹행위를 벌이기도 했다. A군의 얼굴에 침을 뱉으며 욕설을 하고, 몸에 붉은 자국이 날 때까지 폭행하는 모습도 영상에 담겼다.
가해 학생 4명 중 3명은 형사처벌을 받지 않는 만 14세 미만 '촉법소년'이어서 소년부에 송치됐다. 형사 처벌 대상인 1명은 구속 상태로 형사재판을 받고 있다. A군의 부모는 "가해자들에게 똑같이 해줄 수는 없지 않으냐"며 "촉법소년이든 아니든 마땅한 벌을 받아야 한다"고 호소했다.
사건을 수사한 울산 동부경찰서에 따르면 가해 학생들은 지난 7월 27일 야간 시간대 A군을 불러내 2~3시간 동안 폭행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인적 없는 골목에서 시작된 이들의 폭행은 가해 학생 중 1명의 집에서도 이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A군은 진술서를 통해 가해자들로부터 100차례가 넘게 맞았다고 털어놨다. 또 "옷걸이와 라이터로 맞았다", "기절할 뻔할 정도로 수없이 맞았다", "옷을 벗게 하고 춤을 추게 하고 소변까지 먹으라고 했다"고도 썼다. 선천적 장애로 오른손을 쓰지 못하는 자신을 비하하는 발언도 있었다고 했다.
홍민성 한경닷컴 기자 msho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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