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동물학과 3년 새 7배 늘었다···‘반려동물’ 슬럼화 된 대학가 구세주될까

입력 2023-09-21 10:13   수정 2023-09-21 10:14



멀지 않은 과거, 우리네 가정엔 애완(愛玩)동물이 살았다. 가까이 두고 애정을 준다는 의미에서 ‘애완’이라는 이름을 붙인 것이다. 하지만 시간이 흘러 함께 사는 동물에 대한 인식이 달라짐에 따라 호칭도 변했다. 이제는 누구나 그들을 ‘반려(伴侶)’ 동물이라 지칭한다. 동물을 인생의 동반자라 여김이 만연한 시대다.

이러한 변화는 사회 곳곳에서 드러난다. 5년 주기 국가 단위 전수조사인 인구주택총조사는 기존에 없던 반려동물 항목을 2020년 처음 마련했다. 해당 조사에 의하면 2020년 기준 국내 반려동물 보유 가구 수는 312만 8,962가구에 달한다. 또한 같은 해 농림수산식품부가 공개한 ‘동물보호에 대한 국민의식조사’에서는 가정에서 반려동물 1마리당 월평균 양육비용으로 평균 15.38만 원을 소비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예상 고정 소비층이 안정적으로 형성된 상황에 반려동물 산업의 성장도 자연스레 기대되는 상황이다.

더불어 주목해야 할 점은 반려동물 관련 서비스의 다양성 역시 영역을 넓히고 있다는 것이다. 농식품부의 동일 조사에서 양육자들에게 1년 이내 반려동물 관련 서비스 이용 경험을 물어본 결과, 익히 알려진 △동물병원 71.8% △미용 업체 51.8%뿐 아니라 △반려동물 놀이터 28.3% △반려동물 유치원 9.6% △펫시터 9.3% △방문 훈련 서비스 8.7% △펫 택시 7.2% △반려동물 장례업체 6.9% 등 다양한 사업들이 반려동물과 양육자의 실생활 속에 자리 잡고 있다.

대학가도 너 나 할 것 없이 ‘반려동물’ 학과 유치 열풍
반려동물 산업의 확장세는 대학가에도 고스란히 이어졌다. 대학알리미 학과 정보에 따르면 2020년 기준 반려동물 관련 학과는 전국 8곳뿐이었으며, 그중 4년제 대학은 원광대 반려동물산업학과 단 한 곳에 불과했다. 2023년 올해 운영 중인 반려동물 관련 학과는 전국 57개로, 불과 3년 만에 7배로 늘어났다. 이 중 4년제 대학에 유치된 학과는 총 13곳으로 3년 전의 13배다.




2022년 반려동물학과를 신설한 신라대의 배일권 반려동물학과 학과장은 “반려동물 산업 수요 증가에 따라 고급화, 차별화를 위해 반려동물학과를 유치했다”며 “게다가 2022년도부터 시행된 동물보건사 국가자격증으로 전문인력 양성의 중요성이 더 부각되며 4년제 반려동물학과들이 여럿 탄생했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그는 “현재 학과 개설에 더해 지자체 연계 반려동물 산업 특화 사업, 반려동물 복합 쇼핑몰 건립 등 활동 영역을 늘려가고 있다”며 “대학들이 이렇듯 반려동물 산업을 체계화한다면 많은 청년 친화적 일자리가 창출될 것”이라 기대했다.

학과 개설에 그치지 않고 반려동물 단과대학까지 설치한 곳도 존재한다. 올해 국내 첫 반려동물 단과대를 신설한 동명대의 김수진 반려동물대학 학장은 “작년에 캠퍼스 내 경상대 수의과대학 동물병원 건립 협약을 맺은 것이 발단이었다”며 “그 후 처음엔 관련 학과만 하나 개설하려 했는데, 반려동물 산업이 크게 확장돼 있을 뿐 아니라 추후 발전 가능성도 무수하다는 생각에 단과대로 만들게 된 것”이라 전했다.

이어 “반려동물 보건학 계열은 대학동물병원 건립과 동물보건사 자격증의 영향으로 전망이 밝고, 애견미용·행동교정학과는 워낙 수요층이 두터운 데다 미디어 속 유행의 영향으로 학생 호응도가 높다. 또 최근 펫 푸드, 펫 디자인까지 주목받고 있기에 반려동물 산업학부는 상승세를 탈 것”이라 예측했다.

반려동물학과, 신기루처럼 사라질 유행일까
상승세를 탄 산업 규모에 대학가에선 유치에 열을 올리는 상황이다. 하지만 우려의 끈을 놓을 수는 없다. 반려동물학과가 이미 한 차례 ‘애완동물학과’라는 이름으로 유행처럼 번졌다가 일순간 사라진 전적이 있는 탓이다.

김수진 학장은 “20년 전 무렵 대학에서 애완동물학과 수십 개가 만들어졌다가 대다수 사라졌던 바 있다. 그때는 조금 시기상조가 아니었나 싶다”며 “그에 반해 현재는 코로나19로 인해 사람들이 집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지며 반려동물 산업이 큰 폭으로 확대됐고, 전보다 노인 인구와 1인 가구도 반려동물을 기르는 기조가 늘어나고 있기에 지지기반이 단단한 상황”이라 덧붙였다.

배일권 학과장 역시 “과거 애완동물 관련 전공 개설 붐이 있었다는 것은 알고 있다”며 “하지만 당시의 교육과정은 현재처럼 연관산업 전반을 다루는 것이 아닌 미용, 반려견 훈련 위주에만 그쳤기에 졸업 후 취업 분야가 너무나 협소했다”고 짚었다. 이어 “현재의 반려동물학과 재학생들은 향후 분야 내의 유망 취업 현장에 맞는 교육과정을 밟는다. 이로써 국립생태원, 국립해양생물자원관, 반려동물 장례식장, 펫푸드 회사 등 다양한 진로의 길이 열리게 될 것”이라며 발전 가능성을 제기했다.

김 학장은 “일반 젊은 학생들뿐 아니라, 최근에는 중장년층의 반려동물학과에 대한 관심도도 높아지고 있다”며 “상담회를 다니며 얘기를 들어보면 아버지 세대가 은퇴 후의 삶을 대비하려는 목적이나, 중년 여성이 경력 단절 이후 새 출발을 위해 본인이 자식처럼 아끼며 키우는 반려동물을 떠올리며 단과대 내 마련된 문화센터를 찾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이렇듯 대학이 반려동물 산업을 통해 새로운 일자리 창출의 역할까지 한다면 시민들과 상생하며 오래 유지될 수 있을 것”이라는 의견을 내비쳤다.

강홍민 기자 khm@hankyung.com
[장유진 대학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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