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4월 4남매 중 막내로 태어났어요. 경기 용인에 있는 삼성화재 안내견학교에서 훈련사 선생님들의 보살핌을 받으며 자랐죠. ‘빛남’ ‘보송’ ‘보라’ 등 언니·오빠 중 가장 먹성이 좋아 선생님들이 애를 먹었답니다.
두 달 뒤 새 가족이 생겼어요. 아빠와 엄마, 오빠 두 명이 있는 평범한 4인 가족이었죠. 이들은 ‘퍼피 워커’라고 불렸어요. 본격적으로 안내견 훈련을 받기 전, 1년 동안 일반 가정에서 사람들과 살아가는 법을 가르쳐주는 자원봉사자라고 합니다.
낯선 냄새에 적응하는 게 쉽진 않았어요. 아직도 첫날 밤이 생생해요. 밤새 낑낑거린 탓에 큰오빠가 뜬눈으로 밤을 지새웠죠. 장판과 소파를 죄다 물어뜯기도 했어요. 기운이 워낙 좋아서 산책하러 나갈 때면 아빠를 질질 끌고 다니기 일쑤였죠.
그렇게 1년을 보냈어요. 여름철 무더위에 마트에서 잠시 숨을 고르려다가 저를 두고 뭐라고 하시는 주변 분들 때문에 어쩔 줄 몰라 했던 엄마의 모습이 기억나요. 가을엔 땅에 떨어진 은행을 집어먹다가 배탈이 나기도 했죠. 작은오빠와 난생처음 본 새하얀 눈도 평생 잊지 못할 거예요.
처음 이 집에 왔을 때 4㎏였던 몸무게는 어느덧 18㎏까지 쑥쑥 늘었어요. 어느덧 매일 저녁 현관에서 아빠와 오빠들이 돌아오는 시간에 맞춰 기다리는 게 일상이 됐죠. 매달 안내견학교에 가서 다른 친구들과 뛰어놀기도 하고, 선생님들에게 보행 수업도 받았어요.
커다란 노란색 안내견 조끼가 점점 몸에 맞아갈 즈음, 우린 가족사진을 찍으러 갔어요. 퍼피 워커 가족과 함께 할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말을 들었어요. 이제 새로운 가족을 만나러 가야 한다고요. 작년 여름 학교에서 마지막으로 인사를 나눌 때 엄마의 눈시울이 평소보다 유난히 붉었던 기억이 나요. 이제부터는 다시 학교생활을 한다고 해요. 두 살이 될 때까지 어엿한 안내견이 될 수 있도록 매일 수업을 들어요. 세 번의 시험을 거쳐 10마리의 후보생 친구 중 3~4마리 정도만 정식 안내견이 된다네요. 안내견이 되지 않으면 다시 일반 가정에서 살아가고, 안내견이 되면 8년 정도 활동하다가 은퇴하는 삶이죠.
사람들은 때로 저를 두고 이렇게 말해요. 평생을 고생한다고, 강아지로서 본능을 억누르며 살아간다고요. 물론 저는 다른 개들처럼 다양한 간식을 먹지 못하고, 침대에 마음껏 올라갈 수도 없어요. 하지만 상관없어요. 제겐 파트너의 눈이 보이는지, 보이지 않는지는 중요하지 않으니까요. 서로 마음을 나누고 교감할 가족이라면 말이에요.
이번 웨이브는 백설이를 1년간 돌보고 멋진 모습으로 떠나보낸 저와 ‘조금은 특별한’ 개들의 이야기입니다. 안내견의 세계로 여러분을 초대합니다.
안시욱 기자 siook95@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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