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고기가 아니라고요?”라며 놀라움을 표시하자, 신세계푸드 관계자는 “대안육의 향·식감식감이 고기에 비해 떨어진다는 인식이 많은데, 기술력을 높여 육류의 풍미·식감 등을 최대한 구현했다”고 설명했다. 시식 메뉴에 포함된 햄을 보니 선홍빛이 도는 속살과 노릇노릇하게 그을린 표면이 일반 고기 제품과 비슷했다. 맛은 어떨까. 한 입 베어 물었더니 고기 특유의 식감과 고기 맛이 한껏 느껴졌다. 따로 설명이 없었다면 일반 햄과 구별하지 못했을 것 같았다.
2021년 대안육 브랜드 '베러미트'를 통해 이 식물성 고기를 선보인 신세계푸드가 아예 비건(채식주의) 메뉴를 파는 식물성 외식·간편식 식당을 열었다. ‘채식주의자를 위한 특별 음식’쯤으로 여겨지던 식물육이 MZ(밀레니얼+Z)세대가 일상적으로 찾는 캐주얼 레스토랑으로 진출한 셈이다.
신세계푸드는 식물성 대안식 브랜드 ‘유아왓유잇’을 론칭하고 21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몰에 같은 이름의 식물성 대안식 식당을 열었다. 대안육 햄·소시지 등 베러미트 제품을 포함해 시중의 다양한 식물성 식재료를 활용한 메뉴를 선보인다. 비건 레스토랑을 운영하는 한편, 누구나 쉽게 먹을 수 있는 비건 간편식도 판매한다.
이 회사는 지난 8일 자사의 인스타그램 채널을 통해 이를 알렸다. '당신이 먹는 것이 곧 당신을 나타낸다'는 의미의 유아왓유잇은 그동안 신세계푸드가 베러미트를 앞세워 소비자들에게 식물성 대안식품의 가치를 알리기 위해 내걸어온 슬로건이다. 전날 방문한 유아왓유잇 레스토랑의 입구 정면 벽에도 ‘여러분은 지금 무엇을 먹고 있나요’ 문구가 크게 쓰여 있었다. 건강과 환경을 생각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즐길 수 있는 음식을 지향한다는 의미를 담았다.
과거 식물성 고기하면 많은 이들이 떠올리던 콩, 두부로 만든 1세대 ‘대체육(alternative meat)’가 있다. 1세대 대체육은 고기를 싫어하는 채식주의자들의 사랑을 받았지만 맛은 진짜 고기와 상당한 차이가 있어 육식파 소비자까지 사로잡진 못했다.
이 고정 관념을 깨기 위해 신세계푸드가 론칭한 대안식 브랜드가 유아왓유잇이다. 유아왓유잇 메뉴들은 콩, 해조류, 식물성 유지 등 다양한 재료로 육류 특유의 식감을 잘 살렸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레스토랑에서는 파스타부터 샌드위치, 김밥, 김치볶음밥, 자장면, 샐러드, 디저트에 이르는 다양한 메뉴를 아우른다. 다른 채식 식당들에 비해 함박스테이크·멘치카츠 샌드위치 등 대안육을 앞세운 메뉴들이 대표적이다.
최근 식품기업들은 대안식품 사업을 신성장동력으로 삼고 전방위로 사업을 확장하는 추세다. 채식이 MZ세대를 중심으로 ‘가치 소비’로써의 주된 트렌드로 자리 잡고 있어서다. 앞서 올 상반기(지난 5월 기준) 신세계푸드가 여론조사기관 엠브레인에 의뢰해 전국 20·30대 10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이들 중 67.8%는 대안육을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국내 20·30대 국민 10명 중 7명 가까이가 대안육(대체육)을 긍정적으로 생각한다는 조사 결과가 나온 것이다.
이 때문에 비건 레스토랑을 열거나 비건 식품 브랜드를 출시하는 등 최근 식품업계에서 빠질 수 없는 주요 키워드가 ‘식물성 식단’이다. 지난해 5월 농심과 풀무원도 비건 레스토랑 ‘포리스트 키친’, ‘플랜튜드’를 각각 열었다. 편의점 CU는 묵, 녹두, 단호박, 대두 등 식물성 원재료로 개발한 ‘대체 계란’을 넣은 중화 정식 도시락, 바질 샌드위치, 마요 유부초밥을 선보이기도 했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건강, 환경 등 다양한 목적으로 기존 육류 위주의 식단 대신 식물성 메뉴를 선택하는 비중이 늘고 있다”며 “기업들도 최근 MZ세대에게 먹히는 가장 핫한 마케팅 을 ‘비건’이라 인식한다”고 말했다.
안혜원 한경닷컴 기자 anhw@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