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는 2020년 3월 브로드컴의 무선통신 부품을 2021년부터 3년간 매년 7억6000만달러(약 1조180억원)어치 이상 구매하고, 구매금액이 그에 못 미치면 브로드컴에 차액을 배상한다는 내용의 계약을 맺었다. 부품을 비싼 가격에 오랫동안 살 뿐만 아니라 필요 없는 부품까지 사도록 강매당한 것이다. 브로드컴은 이 계약을 거부하려고 한 삼성전자를 구매 주문 승인 중단 등 온갖 불공정한 수단을 동원해 압박했다. 공정위는 당초 브로드컴에 대해 자진 시정토록 하는 동의 의결을 하려고 했다가 제재로 수위를 높였다.
브로드컴뿐만이 아니다. 구글은 시장 지배력을 이용해 한국 게임사들이 원스토어(국산 앱 마켓)에 게임을 출시하는 걸 막은 것으로 확인돼 지난 4월 공정위로부터 421억원의 과징금을 부과받았다. 국내 정보기술(IT)업계에서 애플의 횡포도 유명하다. 국내 통신사에 광고비·수리비를 떠넘기는 부당 행위를 한 것으로 드러나기도 했다. 최근에는 한국에서 아이폰15 시리즈를 다른 국가보다 최대 20만원 비싸게 출시해 한국 소비자만 차별 대우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그간 글로벌 기업의 이런 횡포에 대한 당국의 대응이 소홀하다는 비판이 많았다. 국내 기업엔 큰 칼, 작은 칼 마구 휘두르면서 글로벌 대기업엔 관대한 것과 관련해 역차별, 이중잣대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공정위는 이런 지적을 받아들여 지난 5월 반도체, 앱 등 빅테크 분야 글로벌 기업에 대한 실태 조사에 나섰다. 글로벌 기업의 불공정 행위로 국내 소비자 피해가 있다면 적절한 법적 대응을 해야 한다. 궁극적 지향점이 소비자 보호임은 두말할 나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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