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유통업계에 현업을 떠난 옛 최고경영자(CEO)들이 대표이사나 최고위 임원으로 복귀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경기 둔화로 실적 부진이 이어지자 경험과 연륜을 갖춘 이들을 ‘구원투수’로 재영입하는 기업이 늘고 있다. 무모한 확장보다는 안정적 조직 관리로 위기를 헤쳐 나가려는 의도로 읽힌다.
21일 식품·유통업계에 따르면 신세계그룹, 교촌치킨, 비알코리아에서 현업을 떠난 옛 CEO를 복귀시키거나 계열사 대표로 임명해 경영을 책임지도록 하는 인사가 최근 있었다. 교촌치킨을 운영하는 교촌에프앤비는 11년 전 회사를 나간 송종화 전 사장(63)을 전날 부회장으로 컴백시켜 관심을 모았다. 송 부회장은 2003년부터 2012년까지 교촌에프앤비에 재직했다. 당시 교촌치킨의 미국, 중국 진출을 주도하고 베스트셀러인 ‘허니 시리즈’를 출시하는 성과를 낸 인물이다.
같은 날 단행된 신세계그룹의 ‘2024 임원 정기인사’에서는 신세계라이브쇼핑 대표에 이석구 신세계 신성장추진위 대표(74)가 임명됐다. 스타벅스코리아의 전성기를 이끈 이 대표의 계열사 CEO 복귀는 그룹 전체에 무게감을 더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지난달에는 ‘배스킨라빈스’ 등을 운영하는 SPC그룹 계열사 비알코리아가 도세호 전 대표를 부사장(경영총괄임원·65)으로 선임하기도 했다.
이들이 옛 CEO를 속속 복귀시킨 데엔 경기 부진에 따른 실적 악화 국면을 어떻게든 뚫고 나가야 한다는 위기의식이 반영됐다. 비알코리아(339억원)와 신세계라이브쇼핑(139억원)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각각 전년 대비 반토막 났다. 이런 환경 속에서는 적극적 확장 전략보다는 안정적 조직 관리를 통한 재무 건전성 유지가 더 필요하다는 게 이들의 판단이다.
돌발 악재를 맞은 개별 기업 각각의 사정도 영향을 미쳤다. 교촌에프앤비는 지난 4월 주요 치킨 메뉴를 3000원씩 올린 직후 소비자들의 거센 반발에 부딪혀 곤욕을 치렀다. 비알코리아는 2월 외부에서 영입한 이주연 대표가 조직을 장악하는 과정에서 내부적으로 혼란을 겪었다. 업계 관계자는 “기업 총수들도 자신이 믿고 맡길 살림꾼을 찾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양지윤 기자 y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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