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경제가 고금리·고환율·고유가 등 3고(高)에 발목을 잡힐 수 있다는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미국이 긴축 고삐를 다시 죄면서 국내 시장금리가 꿈틀대고 있는 데다 원·달러 환율이 요동치고, 국제 유가는 배럴당 100달러에 다가가고 있다. 금리 상승으로 경기 둔화와 가계부채 부실이 커지는 가운데 환율과 유가 급등으로 물가가 뛰고 무역수지는 악화되는 최악의 상황이 펼쳐질 수 있다. 정부가 예상하는 ‘상저하고’(상반기 부진, 하반기 반등) 시나리오가 물 건너가고 ‘L자’형 장기 침체에 빠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올 들어 가계부채가 다시 가파르게 늘어나는 상황에서 금리가 오르면 가계 소비여력 약화로 내수 경기가 둔화할 수 있다. 한은은 15일 통화신용정책보고서에서 “가계부채가 거시경제와 금융안정을 저해하는 수준에 이르렀다”고 경고했다. 올해 1분기에 전 분기 대비 0.5% 증가하며 비교적 선방한 민간소비는 2분기에는 0.1% 감소세로 돌아섰다.
8월 소비자물가는 유가 상승 등 여파로 1년 전보다 3.4% 올라 전월(2.3%)보다 상승폭을 키웠다. 에너지 수입액 증가로 무역수지도 악화될 수 있다. 관세청에 따르면 지난달까지 석 달 연속 흑자였던 무역수지는 이달 1~20일 4억8900만달러 적자를 나타냈다.
환율도 복병이다. 지난해 1400원 선을 넘나든 원·달러 환율은 최근 1300원대 초반을 맴돌고 있지만 중국 부동산 위기와 미국의 긴축 지속으로 불안한 상태가 지속되고 있다. 현재 한·미 기준금리 차이는 2%포인트다. 미국이 연내 기준금리를 한 차례 더 올려 한·미 금리 차가 사상 최대인 2.25%포인트까지 벌어지면 환율이 뛰고 외국인 자금이 이탈할 것이란 우려가 작지 않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미국이 한 번 더 금리를 올리면 한국 경제가 상당한 타격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일부 해외 투자은행(IB)은 올해 한국의 경제성장률을 1%대 초반으로 예상하는 건 물론 내년에도 1%대 성장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한다. JP모간은 한국 성장률을 올해 1.1%, 내년 1.8%로, UBS는 올해 1.1%, 내년 1.7%로 예상했다. 정부 예상치(올해 1.4%, 내년 2.4%)보다 훨씬 비관적이다. 만약 내년에도 1%대 성장에 그치면 관련 통계 작성이 시작된 1953년 이후 처음으로 2년 연속 1%대 성장이 현실화하는 것이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비상거시경제금융회의에서 한층 더 높은 경계감을 갖고 시장 상황을 예의주시할 것”이라며 “필요시 상황별 대응계획(컨틴전시 플랜)에 따라 적기 조치하겠다”고 말했다.
임도원/박상용 기자 van7691@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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