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총리 해임건의안은 이날 본회의에서 재석 295표 중 찬성 175표, 반대 116표, 기권 4표로 가결됐다. 해임건의안이 통과되려면 재적 의원 과반수 찬성이 필요한데 더불어민주당(168석) 등 야당 의원 대부분이 가결 표를 던진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은 ‘국정 파탄’의 책임이 총리에게 있다며 해임안을 주도했다. 야당은 10·29 이태원 참사, 잼버리 파행 사태,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 묵인, 해병대 상병 사망 사건 등에 대해 총리에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송기헌 민주당 원내수석부대표는 표결 전 “무책임한 내각 운영으로 민생과 민주주의, 한반도 평화 위기를 불러왔다”며 “균형과 소통, 공정과 상식을 잃은 내각은 총체적 망국 내각으로 전락했다”고 말했다. 또 “대통령의 ‘싸우라’는 말 한마디에 국민의 대의기관을 상대로 정쟁을 하고 고압적 태도와 비아냥으로 일관하며 국회와 국민을 조롱하고 멸시했다”고도 했다.
국민의힘은 “총리 해임건의안은 이재명 민주당 대표 체포동의안에 대한 맞불이자, 뜬금없이 시작한 단식의 출구전략”이라고 비판했다.
해임건의안은 법적 구속력이 없다. 국회를 통과해도 대통령이 거부하면 폐기된다. 앞서 국회가 박진 외교부 장관과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해임건의안을 가결했지만, 윤석열 대통령이 모두 거부했다.
윤 대통령이 한 총리 해임건의안을 수용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는 게 정치권의 전망이다. 장동혁 국민의힘 원내대변인은 이날 MBC 라디오에서 “총리 해임건의안을 대통령이 받아들일 가능성은 제로(0)라고 봐야 한다”고 했다.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면 민주당으로선 이상민 장관처럼 한 총리 탄핵소추를 밀어붙이는 카드도 있다. 현실적으로 탄핵소추까지 이어지긴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법 위반 사항이 없는 총리에 대한 탄핵심판은 야당으로서 정치적 부담이 너무 크기 때문이다. 탄핵에 이르려면 국회 본회의와 헌법재판소 탄핵심판이라는 두 관문을 넘어야 한다. 이 장관도 헌재에서 탄핵심판 청구가 재판관 전원일치로 기각됐다.
총리 해임건의안 가결은 75년 헌정사에서 처음 있는 일이다. 1999년 김종필 국무총리, 2001년 이한동 국무총리, 2012년 김황식 국무총리 등 9건의 국무총리 해임건의안이 발의됐지만 통과된 적은 없다. 민주당이 주도한 현직 검사 탄핵소추안도 이날 본회의를 통과했다. 현직 검사가 탄핵소추된 것 역시 헌정사상 처음이다.
설지연 기자 sj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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