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체포동의안이 가결된 것은 내년 총선을 앞두고 당이 자칫 ‘방탄 수렁’에 빠져들 수 있다는 당내 위기감이 컸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 대표가 지난 6월 불체포 특권을 내려놓겠다고 선언했는데 말을 바꿔 당에 부결을 요구하고, 이런 요구가 받아들여지는 건 어떤 이유에서도 국민이 용납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우려가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이 대표의 장기 단식과 부결 호소에도 불구하고 민주당에서만 이탈표가 30표 넘게 나오면서 이 대표의 리더십 타격은 물론 분당 가능성까지 제기된다. 이 대표 강성 지지층을 중심으로 ‘가결표 색출’이 본격화하면 당내 분열이 가속화할 전망이다.
민주당은 충격에 빠졌다. 22일째 단식 중인 이 대표가 표결 전날 1989자에 달하는 장문의 글을 올려 부결표를 던질 것을 직접 호소했지만 통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최고위원회 등 당 지도부도 의원총회에서 ‘부결이 적절하다’는 의견을 의원들에게 전달하기도 했다. 사실상 ‘당론 부결’을 주문한 것이다. 이소영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표결 직후 취재진과 만나 “지도부가 의원들에게 여러 차례 부결을 호소했는데 다른 결과가 나왔다”고 했다.
이 대표는 이날 오전 박광온 원내대표를 만나 “당 운영에 대한 의원들의 우려를 알고 있으나 편향적인 당 운영을 할 의사나 계획이 전혀 없다”는 뜻을 전했다. 당직 배분, 총선 공천 등 당 운영에서 비명계 몫을 신경 쓰겠다는 의미였지만 역시 소용이 없었다.
당 안팎에서는 이 대표가 당당하게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서 기각을 받아내면 된다는 의견도 적지 않았다. 이 대표 스스로 혐의가 없다는 걸 법원에서 입증하고, 사법리스크를 털어내는 게 당이나 이 대표 본인에게 정치적으로 유리하다는 얘기다. 비명계의 다른 의원은 “이번 표결에서 가결과 부결 결과 자체에 의미가 있는 게 아니다”며 “이 대표가 영장실질심사에서 혐의를 소명해 기각을 받아내면 된다”고 했다.
한재영 기자 jyh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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