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가전기업 위니아전자가 결국 법정관리에 들어갔다. 코로나19 직격탄을 맞고 해외 사업이 사실상 멈추면서 쌓인 경영난을 이겨내지 못했다. 가전 계열사에서 시작한 위기가 자칫 대유위니아그룹 전체로 퍼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21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위니아전자는 전날 회생법원에 기업회생절차를 신청했다. 대유위니아그룹 경영진은 수백억원의 임금을 체불해 박현철 위니아전자 대표가 구속되는 등 경영 상황이 최악으로 치닫자 더 이상 자생이 어렵다고 판단해 최후의 카드를 꺼냈다. 위니아전자는 회생계획안 인가 전 인수합병(M&A)으로 새 주인을 찾을 것으로 보인다.
위니아전자의 전신은 대우전자다. 외환위기 때 대우그룹이 무너진 이후 동부그룹을 거쳐 2018년 대유위니아그룹에 인수됐다. 위니아전자는 계속 내리막길을 걸었다. 고급화하는 가전시장에 발 빠르게 대응하지 못하면서 경쟁력을 잃었다. 상표권 계약 만료로 ‘대우’ 브랜드를 뗀 뒤 해외시장에서도 고전했다. 코로나19 사태로 해외 공장이 사실상 셧다운하고 영업이 마비된 여파도 컸다.
위니아전자는 2021년 1조원에 달하는 매출을 올리면서도 순손실 758억원을 냈고, 지난해에는 감사의견 거절을 받아 재무제표를 공시하지 않았다.
그룹 지원에도 불구하고 위니아전자는 부진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2020년 말 부채가 자산을 초과한 부분자본잠식에 빠진 데 이어 2021년에도 758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법정관리를 택하는 대신 추가적인 지원을 이어가는 방안도 거론됐지만 계열사 미수채권이 1400억원 규모에 달하는 점이 발목을 잡았다. 대유플러스는 물론 주력 계열사인 위니아, 위니아에이드 등 상장 계열사들이 기존 매출채권 회수 없이 추가 지원에 나섰다가 또다시 위기에 빠지면 횡령·배임 혐의에 노출될 수 있는 상황이었다.
계열사들이 배임 문제를 피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대주주인 박영우 대유위니아그룹 회장 개인의 사재 출연뿐이었지만 이 역시 성사되지 못했다. 대유위니아그룹은 경기 포천에 있는 골프장 몽베르CC를 기반으로 300억원을 조달하는 방안도 추진했지만 결국 실패로 돌아가며 법정관리에 이르게 됐다.
법정관리 신청으로 급한 불을 끌 수 있지만 그룹 전체 신용도가 큰 타격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IB업계 관계자는 “그룹 전체로 위기가 이어지는 것을 막기 위해 최후의 카드를 꺼낸 것으로 보인다”며 “신용도 하락은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했다.
대유위니아그룹은 자동차부품 부문과 가전 부문, 레저 부문 등 3개 분야 사업 포트폴리오를 거느린 자산 4조원 안팎의 중견 그룹사다. 인수합병(M&A)을 통해 벌인 가전 사업이 발목을 잡고 있다. 올초부터 김치냉장고 브랜드 ‘딤채’로 유명한 코스닥시장 상장사 위니아 매각도 물밑에서 추진하고 있다. 구조조정 전문 사모펀드(PEF) 운용사 등과 접촉해 인수 의사를 타진하고 있다.
문제는 마땅한 원매자가 나타나고 있지 않다는 점이다. 부동산 경기가 꺾이면서 가전 시장이 침체되자 위니아의 매력은 점점 더 떨어지고 있다. 위니아 주가는 2021년 5월 6780원까지 올랐다가 현재 900원대로 떨어졌다. IB업계 관계자는 “위니아의 브랜드 가치는 사실상 바닥”이라며 “자산 가치만 인정받고 파는 수순을 밟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종관/차준호 기자 pj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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