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스타트업 업계에 따르면 왓챠는 자체 드라마와 영화 제작을 위해 확보한 시나리오 등 지식재산권(IP)을 이달 안에 매각할 계획이다. 최대 10억원어치 규모다. 앞서 영화 등 다른 영상 IP 및 유통권도 20억원에 팔았다.
왓챠는 올 6월 자회사인 음원 제작 및 유통업체 블렌딩의 지분 51%를 82억원에 매각했다. 블렌딩은 ‘이태원클라쓰’ 등 인기 드라마의 OST를 제작했고, K팝 팬덤 플랫폼 ‘뮤빗’을 운영하고 있다. 연간 매출 100억원 이상을 기록하며 안정적인 수익을 내는 ‘알짜’ 회사로 알려졌다. 서울 마포구의 왓챠홀 등 음악 공연장도 매각해 8억원 이상의 현금을 확보했다.
인력 구조조정으로 인건비와 사무 공간 비용도 대폭 줄였다. 직원 수는 지난해 8월 260여 명에서 현재 100여 명으로 감소했다. 서울 강남역 근처 등의 사무실 규모도 다섯 개 층에서 한 개 층으로 줄였다. 회사 관계자는 “고정비는 1년 전보다 45%, 마케팅 지출은 93% 정도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구조조정은 생존을 위한 결정이다. 왓챠의 지난해 매출은 733억원으로 전년(708억원)보다 소폭 증가하는 데 그쳤다. 반면 영업손실은 248억원에서 555억원으로 커졌다. 현금성 자산은 2021년 말 281억원에서 작년 말 42억원으로 쪼그라들었다. 넷플릭스, 디즈니, 웨이브, 티빙 등 국내외 경쟁 업체의 공세에 밀려 왓챠 이용자 수는 작년보다 40% 정도 감소한 것으로 추정된다. 추가 투자금 유치에도 실패해 막다른 길에 몰렸다는 평가가 나왔다.
왓챠는 구조조정으로 자생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됐다고 설명했다. 왓챠 관계자는 “매출이 1년 전보다 30% 정도 감소했지만 영업비용은 더 큰 폭으로 줄였고, 이르면 12월에는 월 단위 흑자 달성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왓챠는 7억 개가 넘는 이용자 누적 평가 데이터(왓챠피디아)를 분석해 이용자가 선호하는 드라마와 영화를 꾸준히 제공하고 있다.
왓챠가 연내 영업이익을 내면 국내 OTT 업체 중 첫 번째 흑자 기록이다. 티빙과 웨이브는 출혈 경쟁으로 지난해 각각 1192억원과 1217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김주완 기자 kjw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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