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배터리 업체 관계자는 니켈 브리켓 비축 물량 부족에 대해 이같이 불안함을 털어놨다. 전기자동차 배터리 양극재에 쓰이는 광물 중 1순위로 꼽히는 건 단연 니켈이다. 니켈을 얼마나 함유했는지에 따라 배터리 성능이 좌우되기 때문이다. 글로벌 배터리 완제품 및 양극재 제조업체들이 니켈을 확보하기 위해 ‘기를 쓰는’ 이유다. 전기차 배터리에 사용되는 것을 니켈 브리켓이라고 부른다.
글로벌 자원전쟁이 격화하면서 각국 정부도 자원 확보에 주력하고 있다. 중국은 일찌감치 국유기업들이 아프리카 광산을 사들여 니켈을 확보했다.
한국도 중국처럼 니켈 확보전에서 앞서나갈 기회가 충분히 있었다. 한국광물자원공사(현 한국광해광업공단)는 2006년 1조4000억원을 투자해 마다가스카르에 있는 암바토비 광산 지분 22.5%를 인수했다. 하지만 다른 개발사업의 적자가 겹치면서 공사가 자본 잠식 상태로 전환하자 당시 문재인 정부는 자원 개발을 ‘적폐’로 규정한 뒤 암바토비 광산 등 해외 자산의 지분 매각을 추진했다. 하지만 지난해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글로벌 공급망 붕괴 위기와 함께 배터리 수요 급증에 따른 니켈 가격 급등으로 광산 매각 계획은 간신히 철회됐다.
윤석열 정부 들어 니켈 확보전은 어떻게 진행되고 있을까. 조달청은 특정 자원 수입이 중단됐을 때를 대비해 국내 수요에 필요한 물량을 파악해 비축하고 있다. 정태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조달청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조달청이 보유한 니켈 브리켓 재고 비축량은 1500t(16일분)으로 조달청 목표 재고량(4705t·51일분)의 31%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가 핵심 품목을 치밀하게 관리해야 할 조달청이 산업 수요를 고려한 핵심품목 재고 관리에 허점을 보이고 있다는 것이 정 의원의 지적이다.
문제는 조달청이 이런 지적을 받은 것이 이번이 처음이 아니라는 점이다. 감사원은 올 1월 조달청이 니켈 브리켓 비축목표량을 잘못 산정해 재고가 모자라게 비축됐다고 지적했다. 조달청 관계자는 “전기차 수요가 급증하면서 목표 재고량을 채우지 못하고 있다”며 궁색한 해명을 내놨다.
글로벌 자원전쟁에서 앞서나가기 위해선 정확한 수요예측과 재고 비축이 필수다. 정부가 핵심광물인 니켈 브리켓조차 제대로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을 가볍게 넘길 수 없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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