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재판이 예단은 금물이지만 영장실질심사(구속 전 피의자 심문)는 특히 더하다. 형사소송법상 영장 발부와 기각은 판결이 아니라, 판사가 독립기관으로 행하는 명령의 형식이다. 따라서 어느 재판보다 판사 개인 판단과 양심이 우선될 수밖에 없다. ‘사법농단’ 연루 대법관들의 영장이 일곱 번 연속 기각된 뒤 막 부임한 신참 판사에 의해 무더기 발부된 것도 그래서다.
영장판사에겐 ‘침묵’과 ‘절제’가 불문율이다. 영장 심사 결과라야 대부분 원고지 한 장(200자) 미만이다. ‘구속 사유와 필요성의 소명이 부족하다’는 달랑 한 문장이 나오는 경우도 허다하다. 전국 법원에는 한 명 이상의 영상전담판사가 배치된다. 대형 사건이 몰리는 서울중앙지법은 보통 네 명으로 영장재판부를 운영한다. 두 명은 압수수색영장, 다른 두 명은 구속영장을 1주일씩 전담하는 구조다.
영장전담판사는 고립생활이 기본이다. 매일 10건 이상을 처리해야 하는 고단한 자리다 보니 1년 단위로 바뀐다. 봄 인사에서 영장판사로 발령 나면 ‘내년 봄에 다시 보자’는 인사를 주고받는다고 한다. 식사도 거의 동료 영장판사들과 구내식당에서 해결한다. 1년 바짝 고생하고 나면 대체로 지방법원 부장판사 등 승진 코스로 직행한다. 형사재판 경력 15년 이상 엘리트 판사들로 임명되는 이유다.
영장심사는 유무죄를 결정하는 단계가 아니다. 구속 사유가 주거 불명, 증거 인멸, 도주 우려로 제한된 배경이다. 구속영장 기각 후 유죄를 받거나 영장이 발부됐지만 무죄가 나오는 경우도 적잖다. 그래도 검찰 수사의 타당성을 가늠하는 첫 사법절차라는 상징성이 만만치 않다. ‘정치의 사법화’로 치닫다 보니 정치적 사건의 경우는 더욱 그렇다. “판결문을 쓰면 하룻밤에 몇 년은 늙어버린다”(박주영 부산지법 판사)고 한다. 한국 정치지형을 뒤흔들 중대 결정을 앞둔 유 판사의 심적 부담은 상당할 것이다. 엄정한 판결로 정치를 넘어 사법부와 한국의 미래를 지켜주길 바란다.
백광엽 논설위원 kecore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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