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스타트업 투자 목적으로 재일동포가 출자하는 K스타트업·벤처펀드가 처음 결성된다. 다음달엔 국내 벤처캐피털(VC)이 첫 일본 역외펀드를 조성한다. 산업별 디지털 전환(DX)에 속도를 붙이는 일본 시장이 투자 혹한기를 겪고 있는 국내 스타트업에 새 성장 발판이 될 전망이다.
○일본 진출 돕는 벤처펀드 결성
22일 투자업계에 따르면 제주창조경제혁신센터는 국내 스타트업의 일본 진출을 지원하기 위해 일본 경영컨설팅그룹 세븐센스, 투자전문회사 세븐스타파트너스와 손잡고 10억엔(약 90억원) 규모의 벤처펀드를 조성한다. 이들 3개 기관·회사는 지난 18일 제주에서 펀드 결성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맺었다. 이 펀드는 주로 제주 출신 재일동포 2·3세들이 유한책임조합원(LP)이 돼 십시일반 출자할 예정이다.신한금융지주 계열 신한벤처투자는 국내 VC 중 처음으로 일본에 직접 투자하는 총 500억원 규모의 역외펀드 결성 총회를 다음달 개최한다. 일본 VC 글로벌브레인과 공동 운용할 계획이다. 일본 유망 벤처에 70%, 일본에 진출하는 국내 스타트업에 30% 투자할 방침이다.
고금리 여파로 돈줄이 마른 국내와 달리 일본 벤처투자 시장에는 이례적으로 돈이 몰리고 있다. 2020년까지만 해도 5554억엔(약 5조원)에 머무르던 일본 스타트업 투자금액은 지난해 8774억엔(약 8조원)으로 급증했다. 이경훈 글로벌브레인 한국대표는 “일본 기업공개(IPO) 시장은 진입장벽이 낮아 VC의 투자금 회수 기회가 열려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인공지능(AI) 인지 검색 스타트업 올거나이즈는 지난해 본사 기능을 미국에서 일본으로 옮기고 상장을 준비하고 있다.
그동안 대기업과 대학이 주도해온 일본 벤처시장은 정부까지 힘을 보태면서 기대 심리가 더욱 커졌다. 일본 정부는 작년 말 스타트업 육성 5개년 계획을 짜고 2027년 스타트업 투자금액을 10조엔(약 90조원) 규모로 10배 넘게 끌어올리기로 했다. 내년 중점 추진 과제로는 차세대 반도체, 웹3.0, 헬스케어 분야 스타트업과 바이오·우주 연구개발(R&D)을 지원한다.
○日 시장 노크하는 DX 스타트업
무신사, 에이블리 등 패션 플랫폼이 성공적으로 일본 시장에 안착했을 뿐만 아니라 올거나이즈, 채널톡 등 서비스형 소프트웨어(SaaS) 업체를 비롯해 콘텐츠·금융·관광 등 다양한 분야 스타트업이 일본 시장을 두드리고 있다.외화 결제 솔루션 트래블월렛, 바이오테크 애티스랩, 탄소나노튜브 개발 기업 어썸레이 등 스케일업 단계인 국내 스타트업들은 지난달 24일 도쿄에서 일본 VC를 대상으로 기업설명회(IR)를 열었다. 서울대기술지주가 주관한 이 행사에는 도쿄이과대 VC(TUSIC), MUFG 이노베이션파트너스 등 20개 투자사가 참여해 창업가들과 대화를 나눴다. 김형우 트래블월렛 대표는 “일본 내수 시장은 국내보다 두 배 이상 크지만 디지털화가 덜 돼 있어 블루오션”이라고 말했다.
롯데벤처스는 최근 일본 진출 K스타트업 11곳을 뽑았다. 유통 플랫폼 리본굿즈, 배달로봇 뉴빌리티, 보안솔루션 에스투더블유, 중고 자전거 플랫폼 라이트브라더스, 구강케어 솔루션 프록시헬스케어 등이 선발돼 다음달 11~13일 일본 투자자를 대상으로 IR에 나선다. 신한금융그룹은 다음달 일본 역외펀드 결성을 계기로 12월 일본 현지에서 대규모 데모데이를 열 예정이다.
지난 5월 한·일 ‘셔틀외교’가 복원되면서 정부 기관들도 스타트업의 일본 진출 지원에 적극적이다.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관광공사는 지난달 캐플릭스, 스테이폴리오, 누아, 캐시멜로 등 교통·숙박·기술 분야 12개 스타트업을 뽑아 일본 투자자 대상 IR을 처음 개최했다.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도 7월 메디케어랩스·루나소프트 등 딥테크, 커머스, 비건식품 분야를 선발해 일본에서 피칭 행사를 열었다.
허란/김주완/박동휘 기자 wh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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