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에 '한국' 옮겼더니…200만 몰렸다

입력 2023-09-22 01:31   수정 2023-09-22 01:32


베트남 하노이시 떠이호(西湖)지구 보찌콩 거리에 모습을 드러낸 롯데몰 웨스트레이크 하노이. 지난 20일 방문한 이곳 4층 한식 전문 식당가 K플레이버에는 백승호 작가가 한옥에서 영감을 받아 디자인한 미술 작품의 인증샷을 찍으려는 사람과 한식당에 들어가려는 사람들로 넘쳤다. 배경음악으로는 태연의 ‘INVU’가 흐르고 있었다.

롯데몰 웨스트레이크 하노이는 22일 그랜드오픈 기념식을 열고 정식 개장한다. 연면적 약 35만4000㎡, 축구장 50개 크기의 베트남 최대 규모 쇼핑몰이다. 지난 7월 28일 시범운영을 시작한 이후 200만 명이 다녀갔다. 하노이 인구(840만 명)의 4분의 1에 육박한다.
○하노이 랜드마크 된 롯데몰
김상현 롯데쇼핑 부회장은 20일 롯데몰 웨스트레이크 하노이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롯데몰 웨스트레이크 하노이는 베트남의 새로운 랜드마크로 롯데의 모든 역량을 쏟아부었다”고 강조했다. 현재까지의 성과는 만족스러운 수준이란 게 자체 평가다.

주력 시설인 쇼핑몰엔 시범운영 시작 후 하루평균 약 3만 명이 다녀갔다. 주중에는 약 2만5000명, 주말엔 5만 명가량이 몰렸다. 다른 시설도 비슷하다. 롯데마트는 현지에서 인기 있는 김밥 떡볶이 치킨 등 한국식 간편식을 오픈 주방 형태의 매장에서 판매한다.

오픈 주방은 상품 가격이 한국보다 비싼데도 매일 줄이 길게 늘어설 정도다. 정준호 롯데백화점 대표는 “시범운영 기간에 한국 식음료(F&B)와 패션 에 대한 반응이 가장 좋았다”고 말했다.

베트남 최대 규모로, 롯데월드의 첫 해외 영업장인 아쿠아리움은 이달 1~4일 베트남 독립기념일 연휴 기간에만 하루평균 1만여 명이 방문했다. 박재성 롯데월드 아쿠아리움 하노이법인장은 “8월 1일 문을 연 이후 15만 명에 가까운 현지인이 찾았다”고 설명했다. 롯데시네마 웨스트레이크점은 7월 말 문을 연 뒤 약 50일간 7만여 명의 관람객이 찾았다. 같은 기간 관람객 기준 하노이 1위이자 베트남 전체 2위에 해당한다.

롯데몰 웨스트레이크 하노이는 2040세대 젊은 가족을 정조준했다. 쇼핑몰을 채운 233개 브랜드는 현지 젊은 층이 선호하는 브랜드 중심으로 구성됐다. 나이키 라이즈 등 베트남 최초 매장이 25개, 태그호이어 등 하노이 최초 매장이 28개 입점했다.
○철저한 ‘한국화’ 성과
롯데몰 웨스트레이크 하노이가 정식 오픈 전부터 도시 인구 4분의 1을 끌어모을 정도로 인기를 끈 배경엔 철저한 한국화 전략이 있다. 매장에 K팝을 틀고 한식을 많이 판매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한국식 생활양식을 베트남에 이식하는 수준으로 전략을 짰다. 대표적인 게 한국식 어린이 시설과 문화센터다. 키즈 스포츠 시설인 챔피언1250엔 20여 개 어린이 스포츠 체험시설이 설치됐다.

그랜드오픈과 함께 문을 여는 어린이 직업체험 테마파크 키자니아는 사전 멤버십 모집 사흘 만에 가입자가 1000명을 넘어섰다. 김준영 롯데프라퍼티 하노이법인장은 “베트남에 기존에 없던 문화센터를 도입해 일본계 이온몰 등 경쟁 업체와 차별화했다”고 설명했다.

K아트도 전면에 내세웠다. 7월 말부터 건물 외관, 출입구, 조형물 등에 그려진 한국 그라피티 아티스트 범민의 ‘헬로, 하노이’ 디자인이 대표적이다. 쇼핑몰 1층 중심에는 이지연 작가의 ‘무지개 숲’이 설치됐다. 김준영 법인장은 “한국 작가들의 베트남 진출을 돕는 조력자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롯데쇼핑은 롯데몰 웨스트레이크 하노이를 베트남을 넘어 동남아시아 진출의 교두보로 삼겠다는 전략이다. 정준호 대표는 “캄보디아 라오스 등 성장성 있는 동남아 시장에서 어떻게 프리미엄 입지를 구축할지 많이 고민했다”며 “롯데건설의 주택사업까지 접목해 복합 자산개발의 결정체로 만드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하노이=송영찬 기자 0ful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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