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널리즘 글쓰기에서 이처럼 나의 말이 아니라 다른 사람의 말임을 드러내는 것은 글에 객관성을 불어넣는 길이기도 하다. 이때의 객관성은 물론 형식논리상의 객관성을 말한다. 자칫 언론의 ‘객관성’을 쉽게 말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 하지만 이는 본질을 보지 못하고 피상적으로 하는 얘기일 뿐이다. ‘객관성’ 개념은 실현하기가 굉장히 어렵다. 그래서 글쓰기에서 중요한 것은, 실제 내용의 참·거짓 여부에 상관없이 문장 형식이 객관성을 띠고 있느냐 여부에 있다. 구체적 사례를 통해 살펴보는 게 좀 더 쉽다.
“물가상승으로 단체 급식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 (…) 현대그린푸드의 올해 영업이익은 1000억원대에 진입할 것으로 보인다.” 문법적으로는 이상 없지만 저널리즘의 눈으로 보면 거슬리는 데가 있다. ‘~ 것으로 보인다’를 주목해야 한다. 이는 판단 어법, 즉 화자(話者)가 단정하거나 규정하는 표현이다. 저널리즘 문장은 남의 판단을 인용하고 있음을 분명히 해야 한다. 그러려면 ‘~로 보인다’고 하지 말고 ‘~로 알려졌다’라고 해야 한다. 그렇게 함으로써 문장에 (형식적) 객관성을 부여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기사의 완성도를 더하고 나아가 글의 격을 높일 수 있다. 그것이 전달 어법의 힘이다.
①은 우리가 앞서 다룬 적 있는 ‘비정상적 명사문’이다. ‘태풍’과 ‘전망이다’를 주어-서술어 관계로 구성했으나, 실은 내용상 주술 관계를 이루지 못한다. ‘태풍은 내륙을 관통한 뒤 동해로 빠져나갈’에 주어-술어가 실현됐고, 전체 서술어 ‘전망이다’의 주체는 누군가 드러나지 않은 제삼자다. 비문인 셈이다.
그래서 문장이라도 성립하게 다시 쓴 게 피동문 ②다. 하지만 이 문장은 문장 자체는 이상 없지만, ‘저널리즘성’을 확보하지 못한, 부족한 표현에 지나지 않는다. 서술어를 ‘전망된다’고 하면 ‘필자가 그리 전망한다’는 의미가 되기 때문이다. 전달 어법이 아니라 판단 어법이라는 얘기다. 사람들이 이를 별 의심 없이 받아들이는 것은 그만큼 이런 문장에 익숙해져 있다는 뜻이다. 글쓴이는 옮기는 사람일 뿐이고 전망은 기상청이 한 것이므로 주체를 살려 쓰면 된다. 그래야 올바른 전달문이 되고 문장에 힘도 붙는다.
③“기상청은 태풍 000이 2일 제주도에 상륙해 내륙을 관통한 뒤 3일 밤 동해로 빠져나갈 것으로 전망했다.” 이제 비로소 전달 어법이 완성됐다. 동시에 문장이 ‘객관성’을 부여받고 구성도 탄탄해졌다. ①→②→③의 과정을 비교해보면 뉴스 언어로서 어떤 게 완성도 높은 문장인지 자명하게 드러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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