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애리조나주가 한국 반도체기업에 "최첨단 공장을 지어달라"며 적극적으로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 현재 애리조나에선 TSMC, 인텔이 각각 400억달러(약 53조원), 200억달러(약 26조원)를 투자해 최첨단 파운드리 공장을 짓는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여기에 만족하지 않고 추가 투자유치에 나선 것이다.
케이티 홉스 주지사가 투자 유치를 위해 발로 뛰고 있다. 홉스 주지사는 지난 21~22일 방한 기간 중 한덕수 국무총리, 김동연 경기도지사 등 정부·지방자치단체 고위 관계자들 외에 삼성전자 등 한국에 있는 반도체 기업들을 방문했다. 이 자리에서 홉스 주지사는 세제 혜택, 인프라 지원 등 인센티브와 이미 갖춰져 있는 반도체 산업 생태계 등을 내세워 애리조나주 투자를 당부했다.
이날 지종립 앰코코리아 사장 등을 만난 홉스 주지사는 앰코의 애리조나주 패키징 공장 건설 등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남반도체가 모태인 앰코테크놀로지는 한국 광주, 인천 송도, 부평 등과 일본, 필리핀 등에 공장을 두고 있다. 미국에는 본사와 영업조직이 있지만 대규모 생산시설은 없는 상태다. 앰코 송도공장의 최첨단 패키징 라인을 견학한 홉스 주지사는 "앰코는 반도체 후공정인 패키징·테스트의 글로벌 리더"라며 "앰코와 애리조나주가 반도체 분야에서 상호 윈윈하며 성장할 수 있도록 더욱 협력을 다지자"고 말했다.
방한에 앞서 대만을 찾은 홉스 주지사는 지난 19일 대만 타이베이에서 열린 ‘미국·대만 반도체 공급망 포럼’에서 "TSMC와 첨단 패키징 공장을 건설하는 방안에 대해 논의 중이다"며 "아직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많은 상태이지만 TSMC와 긍정적으로 논의했다"고 말한 바 있다.
애리조나주는 미국 반도체 제조산업의 중심지로 꼽힌다. KOTRA에 따르면 2020년 5월 이후 미국 전역에서 발표된 총 58건의 반도체 산업 신규 및 확장 투자 계획 중 애리조나주에서만 총 14건의 투자가 발표됐다. 총투자액은 617억1000만달러로, TSMC와 인텔이 신규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 공장 건설을 발표했다. 텍사스주(총 611억달러, 6건)를 근소한 차이로 앞서고 있다.
텍사스와 애리조나는 미국 50개 주(州) 가운데서 세제 경쟁력은 높은 편에 속한다. 지난해 조세 전문 싱크탱크인 택스 파운데이션(Tax Foundation)은 ‘비즈니스 세제 환경 분석 보고서'를 통해 법인세, 개인 소득세, 판매세, 재산세, 실업 보험세 등 5개 항목을 평가했다. 투자기업 관점에서 미국 50개 주의 세제 경쟁력 순위를 매기기 위해서다. 텍사스는 전체 50개 주 중에서 세제 경쟁력 13위를 차지했다. 법인세(47위), 재산세(38위), 판매세(37위)에서 낮은 경쟁력을 보였으나 개인 소득세 항목에서 7위를 기록했다.
애리조나는 종합 19위를 차지했다. 재산세(11위), 개인 소득세(16위)에서 높은 점수를, 판매세(41위), 법인세(23위)에서는 비교적 낮은 점수를 받았다. 택스파운데이션은 보고서에서 "캘리포니아가 48위로 전국 최저 수준의 세제 경쟁력을 보임에 따라 투자기업들에 애리조나가 대체 투자지역으로 어필할 여지가 충분해 보인다"고 평가했다.
황정수 기자 hj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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