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랫폼 지위 남용" 공정위 '철퇴'에…카카오 "소송 간다"

입력 2023-09-24 14:52   수정 2023-09-24 15:03


카카오가 웹소설 작가들과 얽힌 저작권 문제로 인해 공정거래위원회에서 과징금 징계를 받았다. 카카오는 공정위 제재에 반발해 행정소송을 제기하기로 했다.

공정위는 카카오 자회사인 카카오엔터테인먼트가 웹소설 공모전 당선 작가들의 2차적 저작물 작성권을 제한한 행위를 공정거래법 위반으로 보고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5억4000만원을 부과한다고 24일 발표했다. 카카오엔터테인먼트는 2018~2020년 다섯 차례 연 웹소설 공모전에서 작가 28명과 연재 계약을 맺으면서 2차적 저작물 작성권에 대한 독점 계약을 함께 체결했다. 2차적 저작물은 원 저작물을 각색해 웹툰, 드라마, 영화 등으로 만든 콘텐츠다.

웹소설 업계 일각에선 그간 연재 계약과 2차적 저작물 작성권 계약을 동시 체결하는 카카오엔터테인먼트의 조치가 과도하다는 비판이 제기돼 왔다. 일반적으로 공모전은 주최 측이 연재 계약과 함께 2차적 저작물의 우선협상권을 확보하는 계약도 체결하는 경우가 많다. 카카오엔터테인먼트는 우선협상권이 아닌 작성권을 획득해 이 저작물의 제작 여부와 제작 시기 등을 직접 결정할 수 있었다. 다만 2차적 저작물의 수익은 작가들과 배분했다.


공정위는 카카오엔터테인먼트와의 계약으로 인해 작가들이 더 나은 조건으로 다른 업체와 2차적 저작물 계약을 맺을 수 있는 기회를 빼앗긴 것으로 봤다. 이 기관에 따르면 카카오는 28개 당선작에 대해 210종의 2차적 저작물 작성권을 확보했다. 이 중 지난해 11월까지 만들어진 2차적 저작물은 16개다. 다른 업체에서 웹툰, 영상 등으로 웹소설을 2차적 저작물로 만들 수 있는 기회가 있더라도 이 기회를 살릴 수 없었다는 주장이 일부 작가들에게서 나왔던 배경이다.

플랫폼 사업자로서 카카오엔터테인먼트가 우월적 지위를 남용했다는 게 공정위의 판단이다. 카카오엔터테인먼트는 네이버웹툰과 이 업계 1위를 다투는 플랫폼 사업자다. 공정위는 “웹소설 시장은 플랫폼 사업자 수가 적은 반면 플랫폼에 웹소설을 공급하려는 작가가 매우 많은 비대칭적인 시장”이라며 “이에 따라 플랫폼 사업자가 산업 생태계의 최상단에 위치하고 작가들이 플랫폼 산업자에게 의존할 수밖에 없는 거래 관계가 되기 쉽다”고 지적했다.

카카오는 소송을 예고했다. 카카오엔터테인먼트 관계자는 “공정위 의결서를 수령하고 법원에 항소해 부당함을 다투기로 했다”며 “창작자의 2차 저작물 작성권을 부당하게 양도받은 사례가 없다”고 말했다. 이어 “조사 과정에서 이 부분을 충분히 소명했음에도 불구하고 공정위가 제재 조치 판단을 내린 점에 대해 유감을 표한다”고 덧붙였다. 창작 생태계에서 원 저작자를 중요한 협업 대상으로 여기고 있다는 게 이 회사의 설명이다.

법적 다툼이 발생할 경우 2차적 저작물 독점 계약의 범위가 쟁점이 될 전망이다. 카카오엔터테인먼트가 가져간 2차적 저작물 권한의 범위가 작성권 그 자체라면 이 저작물의 지식재산권(IP)은 카카오엔터테인먼트의 소유가 된다. 반면 2차적 저작물의 제작 여부를 허용하는 권한을 가져간 것뿐이라면 이 IP는 원 저작자의 것이 된다. 2차적 저작물 계약이 강제성을 띄고 있었는지도 쟁점이 될 수 있다.

그간 웹소설은 ‘K-콘텐츠’의 산실 역할을 해왔다. 카카오페이지의 인기 웹소설이었던 ‘나혼자만 레벨업’이 대표적인 경우다. 이 웹소설은 웹툰, 애니메이션으로 제작됐을 뿐 아니라 넷마블이 연내 출시를 목표로 게임으로도 개발하고 있다. 드라마 ‘재벌집 막내아들’, ‘사내맞선’, 웹툰 ‘전지적 독자 시점’ 등도 웹소설이 원작이다.

이주현 기자 dee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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