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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경기가 지속해서 둔화하자 글로벌 자산운용사들이 저평가된 종목으로 투자처를 바꾸고 있다. 중국의 주식 시장이 침체하고 있지만 구조적인 문제는 아니라는 판단에서다. 약세장에서 유망 종목을 발굴해 장기 투자하려는 글로벌 펀드가 늘어나는 모양새다.
블룸버그는 중국 경기가 악화하면서 주식 시장이 침체하는 가운데 글로벌 투자자들이 중국 내 저평가 주식에 투자하고 있다고 2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중국 내 부동산 위기와 소비 침체로 인해 올 들어 글로벌 투자자의 중국 주식 매도세가 가팔라졌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MSCI 중국 지수는 2021년 2월 고점 대비 지금껏 55% 하락했다. 지난 3년간 92개 글로벌 지수 중 가장 저조한 성적을 거뒀다. 이달 1~21일 상하이·선전 증시에서 외국인 투자자는 230억위안(약 4조 2200억원) 규모의 주식을 순매도하기도 했다.
중국 증시가 약세장에 진입하면서 저평가 주식에 대한 관심이 커졌다. 주가가 하락하는 시기에 미리 매수하려는 것이다.
운용자산(AUM)이 6940억달러에 달하는 얼라이언스번스타인의 최고 투자책임자(CIO) 존 린은 블룸버그에 "현재 중국은 경제 성장에 대한 차질을 빚고 있지만, 이는 시스템 전체의 문제는 아니다"라며 "현금흐름이 좋은 회사와 배당수익률이 높은 회사는 여전히 저평가되어 있다"고 강조했다.
글로벌 투자자들이 눈여겨 보는 종목은 중국 본토에 기반을 둔 기업인 '중국 A'주가 대표적이다. 중국 A주는 외국인투자제한 조치로 인해 중국 본토 투자자만 거래할 수 있는 종목이다. 다만 외국인 투자자들은 선강퉁(선전·홍콩 증시 교차거래), 후강퉁(상하이·홍콩 증시 교차거래)을 통해 이 종목을 매수할 수 있다.
글로벌 자산운용사가 A주를 주목하는 이유는 변동성이 적어서다. 중국 내 개인투자자들이 주로 A주를 매매하기 때문에 외국인 자본 흐름에 영향을 덜 받는다. 린 CIO는 "중국 A주는 국내 지향적인 종목이기 때문에 지정학적 위기에도 둔감하다"며 "독특한 역학관계 덕에 저평가된 종목이 많다"고 평가했다.
글로벌 펀드는 아시아 시장에 수출하는 중국 본토 기업을 유망한 A주로 꼽았다. 특히 동남아시아와 중앙아시아로 운송 장비 및 차량을 수출하는 업체와 디젤 엔진 제조업체 등 경기 순환주에 주목하라고 제언했다. 중국을 제외한 아시아 개발도상국의 경제가 반등하고 있는 모습을 보여서다.
프랑스의 자산운용사 아문디 자산운용은 중국 내 헬스케어 종목이 저평가됐다고 평가했다. 중국 규제당국의 부패 방지 단속 때문에 기업가치가 저점을 찍었다는 이유에서다. 올 들어 중국 사정당국은 의료계 부패를 척결하겠다는 기치를 내세워 고강도 조사를 시행하고 있다. 올해 기율 감찰위의 조사를 받고 낙마한 공립 병원장은 184명에 달했다. 작년보다 2.7배 증가했다.
니콜라스 맥 콘웨이 아문디자산운용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악재가 계속 이어지며 중국의 헬스케어 종목이 저점을 찍은 것으로 보인다"며 "지금 시점에선 신약 개발 파이프라인이 견고한 기업에 투자하는 게 장기적으로 유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투자업계에선 중국의 제네릭(복제약) 의약품 제조업체도 주목하라고 권고했다. 복제약 제조업에서 신약 개발로 사업 영토를 확장하고 있어서다. 영국 자산운용사 기네스글로벌은 중국제약그룹(SPG), 중국생물제약(SBL), 차이나메디컬시스템 등을 유망 종목으로 꼽았다.
사룩 말릭 기네스글로벌 펀드매니저는 "세 회사의 현재 기업가치는 미래 성장성에 비해 터무니없는 가격으로 책정됐다"며 "공격적으로 신약 제조설비를 늘린 것을 고려하면 자체 개발에 성공할 것으로 보인다. 위험 대비 보상비율(RRR)도 높은 수준이다"라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중국 기술주가 다시 반등할 것이란 의견이 제기됐다. 2020년 이후 중국 당국의 규제로 인해 성장이 더뎠지만, 올해는 이 리스크가 해소됐다는 것이다. 지니 총 몬드리안인베스트먼트 신흥국 책임자는 "여전히 중국 정보기술(IT) 업체의 잠재력은 크다"며 "알리바바를 비롯해 바이두, 텐센트 등 세 기업 모두 저평가된 상태다"라고 평가했다.
오현우 기자 ohw@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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