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화학이 중국 화유그룹과 손잡고 아프리카 모로코에 리튬·철·인산(LFP) 양극재 공장을 짓는다. 이 회사가 국내외를 통틀어 처음으로 구축하는 LFP 배터리 소재 생산기지다. 중국이 사실상 독점해온 LFP 양극재 생산 경쟁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LG화학이 중국 화유그룹과 손잡고 리튬인산철(LFP) 양극재 공장을 모로코에 짓는 것은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혜택을 받을 수 있어서다. 모로코 현지에서 LFP 양극재 원료인 인광석을 손쉽게 공급받을 수 있는 것도 강점으로 꼽힌다. 인근에 리튬 공장까지 지어 원료부터 전구체로 이어지는 양극재 공급망을 구축한다는 전략이다.
LG화학과 화유그룹은 2026년 양산을 목표로 모로코에 연산 5만t 규모의 LFP 양극재 합작공장을 짓는다. 보급형 전기차 50만 대를 만들 수 있는 양이다. 에너지저장장치(ESS) 배터리로도 활용 가능하다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포스코퓨처엠, 에코프로비엠, 엘앤에프 등 국내 4대 양극재 업체 중 LFP 양극재 공장 건설 계획을 발표한 곳은 LG화학이 처음이다. LFP 배터리는 CATL, BYD 등 중국 기업이 글로벌 점유율 1, 2위를 차지하며 사실상 독점하고 있다. 하지만 테슬라발 전기차 가격 인하 경쟁으로 저렴한 LFP 배터리 수요가 늘고, IRA로 중국산 제품의 미국 내 유입이 봉쇄됐다. 이 때문에 완성차 업체들은 그동안 프리미엄급 니켈코발트망간(NCM) 배터리만 생산해온 국내 배터리업계에 “LFP 배터리도 만들어 달라”고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
북미 시장에 가장 빠르게 진출한 LG에너지솔루션은 모로코에서 생산한 LG화학의 LFP 양극재를 받아 LFP 배터리 생산에 본격적으로 나설 예정이다. CATL, BYD 등 중국 기업이 움켜쥔 LFP 배터리 시장을 뺏어온다는 전략이다. 업계에서는 2026년부터 가동하는 LG에너지솔루션의 애리조나 LFP 배터리 공장에 모로코산 양극재가 납품될 것으로 보고 있다.
LG화학은 모로코를 단순 해외 생산기지가 아니라 원료부터 전구체 등으로 이어지는 양극재 공급망의 핵심 축으로 활용할 계획이다. LFP 양극재 공장 옆에 리튬 정광(리튬 광석을 가공해 농축한 고순도 광물)에서 양극재 생산에 필요한 수산화리튬과 탄산리튬을 추출하는 ‘리튬 개조 플랜트’를 같이 짓는 이유다. 2025년까지 연산 5만2000t의 리튬 양산 체제를 구축해 LFP 양극재 공장에 공급할 예정이다. 이외에 LG화학은 화유그룹과 인도네시아에서 니켈 제련 및 전구체 공장(연 5만t)을 지어 양극재 분야 수직 계열화를 이룰 계획이다.
LG화학은 LFP에 망간을 더해 용량과 출력을 높인 리튬망간인산철(LMFP) 양극재도 생산에 나설 계획이다. LMFP는 망간을 추가해 전압을 높인 차세대 양극재다. LFP 양극재처럼 가격 경쟁력을 유지하면서 NCM 양극재와 비슷한 에너지 용량을 구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선 LG화학이 최근 석유화학 사업 비중을 줄이고 배터리 등 신성장 분야에 적극적으로 투자하면서 체질 개선에 속도를 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신학철 LG화학 부회장(사진)은 “배터리 소재 매출을 지난해 4조7000억원에서 2030년 30조원으로 여섯 배 성장시키겠다”고 말했다.
강미선 기자 misunn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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