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문수 아라리오 대표는 1971년 당시 한일은행(2002년 우리은행으로 상호 변경)을 시작으로 37년간 금융업계에서 일하다 2010년 10월 아라리오에서 제2의 인생을 시작했다. 김 대표는 재무회계, 관리이사 등을 거쳐 3년 만에 아라리오를 이끄는 전문경영인으로 선임됐다. 그는 2013년 8월12일 대표이사 취임 후 올해로 만 10년이 넘었다. 대표이사 3년의 임기를 네 번째 보내고 있다.
김 대표에게 올해는 아주 특별한 해다. 50년의 직장생활을 하며 지난달 605번째 월급을 받아서다. 직장인으로 50년간 근무하면서 600번이 넘는 월급을 받은 사람은 드물다. 수당을 합쳐 2만원의 봉급자가 억대 연봉의 전문경영인으로 오랜 기간 직장생활을 할 수 있었던 비결이 있다. 무욕(無欲). 욕심이 없다는 얘기다.
김 대표는 25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사무실 책상 뒤를 보면 중앙에 계영배(戒盈杯)가 있다”며 “과음을 경계하기 위해 만든 잔이지만 ‘넘침을 경계하는 잔’이라는 뜻으로 욕심을 버리자는 마음으로 하루를 보낸다”고 말했다. 스스로 넘침을 경계하는 마음으로 살아온 김 대표를 만나 천안 대표 향토기업 아라리오의 성공경영 스토리를 들어봤다.
▷지난해 3000억원 매출을 올렸습니다. 지속적인 성장 비결이 있나요.
“코로나19 확산 이후 지난해 하반기부터 사실상 코로나19 엔데믹 국면으로 접어들면서 소비가 살아났고, 다른 곳보다 빠른 회복세를 보였습니다. 아라리오는 고속·시외터미널 운영사로 유동 인구가 중부권에서 가장 많은 곳입니다. 백화점과 영화관, 대형 서점, 외식 공간이 한 건물에 모여 있는 장점이 있습니다. 외식 분야의 경우 전국 맛집들이 입점했고, 공간을 짜임새 있게 구성해 쇼핑과 영화, 식사를 즐기러 오는 방문객이 많습니다.”
▷영업이익 적자가 한 번도 없다고 들었습니다. 경영을 잘했다는 의미인가요.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이 3년간 지속되면서 대형 유통업체마저 영업적자를 기록한 곳이 있었습니다. 아라리오는 2020년과 2021년 코로나19 대유행이 시작되기 전에 일부 사업을 직영에서 임대 방식으로 전환해 적자의 위기를 넘겼습니다. 공간을 짜임새 있게 활용한 점도 통했습니다. 수익이 적은 외식 공간을 리모델링해 유명 패밀리레스토랑으로 재편해 수익을 재창출했습니다. 유명 햄버거 체인점을 전국에서 네 번째로 유치했습니다. 100만 인구도 안되는 도시에서 브랜드를 바꾸는 도전정신이 있었기에 가능했습니다. 코로나19 대유행 당시 정부의 방역지침을 철저히 지켜 코로나19로 인해 하루도 영업을 중단하지 않았습니다. 어려운 시기에 위기를 극복하기까지 모든 조직이 합심한 결과입니다.”
▷아라리오가 어떻게 변화해야 한다고 생각하시나요.
“아라리오는 문화예술을 사랑하는 독창성을 가진 회사입니다. 백화점 등 유통업계도 미술을 접목하는 트렌드로 변화하고 있습니다. 지금의 아라리오는 남다른 예술적 안목이 있은 김창일 컬렉터(아라리오 창업주)가 조성한 세계적인 작품으로 가득합니다. 아라리오 조각광장에는 수백억 원의 가치를 지닌 현대미술 거장들의 작품이 설치돼 있습니다. 영국의 데미안 허스트의 ‘채러티(Charity)’, 일본 작가 고헤이 나와의 ‘매니폴드(Manifold)’ 등 30여 점이 있습니다. 예술과 유통을 접목할 수 있는 여건을 충분히 갖췄습니다. 아라리오가 전국 유통업계의 새로운 변화의 바람을 불러일으키도록 백화점 측과 협력하고, 문화와 예술을 사랑하는 주민들과 함께 새로운 트렌드를 만들어가겠습니다.”
▷회사가 성장하는 과정에서 가장 힘들었던 시기를 어떻게 극복했나요.
“입사 초기 금융업계와 달리 민간기업의 조직문화에 적응하기 쉽지 않았습니다. 아라리오가 백화점과 제휴하면서 투자를 많이 했습니다. 자금 상환을 위해 불리한 조건으로 돈을 빌릴 수밖에 없었습니다. 은행 출신의 경험을 살려 연간 대출 이자를 크게 줄일 수 있었습니다. 회사가 새로운 투자로 자칫 어려움을 겪을 수 있는 상황을 만들지 않았다는 점에서 보람을 느낍니다. 아라리오가 경영 위기에 빠질 수 있는 상황에서 막대한 금융비용과 지출을 줄이고 재무 안정성을 갖추게 되는 전환점의 시기로도 볼 수 있습니다. 창업주의 신뢰를 얻어 현재까지 대표로 몸담게 된 것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대표실에 걸려 있는 작품이 눈에 띕니다. 남다른 의미가 있는 것 같습니다.
“마릴린 먼로를 그린 두 작품이 있습니다. 같은 얼굴이지만 색깔과 표정에 따라 전혀 다른 사람으로 보입니다. 매일 작품을 보면서 같은 사람이지만 서로가 다르다는 걸 나 자신부터 인정하고, 직원과 고객과 늘 소통하며 이해하자는 뜻에서 그림을 선택했고, 매일 바라보면서 다짐합니다.”
▷직원과 소통하기 위한 특별한 방법이 있으면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직원들과 식사하면서 많은 의견을 수렴합니다. 직원과 소통이 원활하면 굳이 말하지 않아도 필요한 것들을 알게 됩니다. 임금협상도 중요하지만, 경영인으로 지킬 수 있는 것은 반드시 지키는 편입니다. 직원들이 요청하기 전에 내용을 파악하고 있다가 월급과 성과금, 상여금 등을 알아서 챙겨주려고 노력합니다. 성과를 낸 직원들은 그에 맞는 보상이 주어지지만 그에 따른 책임도 부여합니다. 가급적 직원을 신뢰하는 편입니다.”
■ 김문수 아라리오 대표는
△1953년 경기 안성 출생
△1971년 서울 덕수상업고 졸업
△1971년 한일은행 입사
△2008년 우리은행 퇴사
△2010년 아라리오 재무이사 입사
△2013년~현재 아라리오 대표이사
△2019년~현재 천안기업인협의회 부회장
△2020년~현재 전국터미널사업자협회 부회장
△현재 충남북부상공회의소 감사
△현재 천안동남경찰서 경찰발전협의회 회장
천안=강태우 기자 ktw@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