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부와 법무부가 최근 급증한 임금체불 문제 해결을 위해 칼을 뽑아 들었다.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과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25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임금체불 근절을 위한 '대국민 담화문'을 공동으로 발표했다.
이번 담화문은 추석 명절을 앞두고 임금체불이 급증하고 있는 상황에서 임금체불 엄단 등 노사법치주의 확립에 대한 정부의 강력한 의지를 표명하기 위한 것이라는 게 양 부처의 설명이다.
고용부에 따르면 8월말 기준 체불임금은 1조 1411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615억 원(29.7%)이나 증가했다. 피해 근로자도 14.1%나 증가한 18만명에 이르고 있다.
박대수 국민의힘 의원이 고용부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전체 임금체불액은 2019년 1조7217억원→2020년 1조 5830억원→ 2021년 1조3504억원 →2022년 1조3477억원이다. 이 추세대로라면 올해 임금체불액은 역대 최고 수준에 도달할 가능성이 높다.
이에 양 부처는 임금체불이 민생경제 안정을 심각히 위협하는 중대범죄라는 데에 인식을 같이하고 협력을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특히 악의적이고 상습적인 체불 사업주는 구속하는 등 강제수사를 원칙으로 엄정히 책임을 묻고, ‘벌금만 내면 그만’이라는 체불 사업주의 그릇된 인식을 바꾸겠다고 밝혔다.
실제로 박대수 의원실에서 지난 2019년부터 지난 5년간 임금체불 혐의로 2회 이상 ‘기소의견 송치’된 현황을 분석한 결과, 2차례 이상 검찰에 송치된 임금체불 사업장은 7707개소, 3차례 이상도 2102개소에 달해, 상습 임금체불 사업장 수는 도합 1만개를 훌쩍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무려 38번이나 검찰 송치된 사업장도 발견됐다. 반복상습 임금체불이 기승을 부리고 있는 것이다.
고용부는 지난 9월 4일부터 추석 명절 전 4주간을 '체불청산 집중지도기간'으로 정하고 전국 48개 관서에 체불청산 기동반을 운영하고 있다. 또 최근 302억 원에 달하는 대규모 임금체불에도 청산에 미온적인 태도를 보여 온 국내 유명 전자제품 제조업체 대유위니아 대표이사를 구속하는 등 전년 동기 대비 구속 인원은 약 3배(3→9명), 정식기소 인원은 약 1.9배(892→1,653명) 증가했다.
또 고용부는 대지급금과 생계비 융자를 통한 임금체불 근로자의 생활안정을 지원하고, 법무부는 전국 검찰청에서 '체불사건 전문조정팀'을 집중 운영하도록 해 체불상황에 맞는 맞춤형 해결책을 제시한다는 계획이다.
그밖에 사업주의 청산의지를 양형요소에 적극적으로 반영해 체불임금이 신속히 지급될 수 있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법무부와 고용노동부 장관은 공동 담화문에서 "우리 사회에서 임금체불로 고통받는 근로자가 다수 있다는 사실은 세계 10위권 안팎의 경제 대국인 우리나라의 위상과 국격에 전혀 어울리지 않는 부끄러운 사실"이라며 "국격에 맞게 임금체불을 더 이상 용납하지 않는 사회적 인식변화가 절실히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곽용희 기자 ky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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