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현동 개발 특혜, 쌍방울 대금 송금 등 의혹으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이 26일 열린다. 현직 제1야당 대표가 검찰의 구속영장 청구와 국회의 체포동의안 통과로 법원에 출석하는 것은 헌정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 구속 여부에 따라 검찰은 '수사의 성패'가, 이 대표에게는 '정치적 명운'이 달린 만큼, 이날 법원에서는 전쟁을 방불케 하는 공방이 벌어질 전망이다.
서울중앙지법 유창훈 영장 전담 부장판사는 이날 오전 10시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뇌물) 등 혐의를 받는 이 대표에 대한 영장 심사를 연다. 이 대표는 오전 9시 45분께 법원에 출석하지만, 별도의 입장은 밝히지 않을 계획이다. 심사가 예정대로 진행된다면 이 대표의 구속 여부는 이날 밤이나 다음날 새벽 결정될 가능성이 크다. 검찰이 1600쪽 분량에 달하는 방대한 양의 의견서를 통해 구속 필요성을 강조할 방침이라, 이날 심사는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 당시 서훈 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의 10시간 6분을 넘어설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형사소송법에 따르면 피의자가 죄를 범했다고 의심할 만한 타당한 이유가 있는 한편, 주거가 일정치 않거나 증거를 인멸할 염려가 있거나 도주할 염려가 있을 때 등 세 가지 중 하나라도 해당하면 구속할 수 있다. 다만 제1야당 대표의 도주 가능성은 현실적으로 낮기 때문에 이날 심사에서는 '증거 인멸 염려'가 핵심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에 검찰은 이 대표가 2018년 검사 사칭 의혹 관련 '공직선거법 위반 재판'에서 증인 A씨에게 위증을 교사한 혐의를 전면에 내세워 증거 인멸 시도 가능성을 주장할 방침이다. 이 대표 측은 '기억을 환기해 사실대로 이야기해달라고 부탁했을 뿐'이라는 취지로 맞설 것으로 보인다.
이날 심사 결과는 체포동의안 통과로 이미 격화된 야권 지형에 쓰나미가 될 전망이다. 현재 당권을 쥐고 있는 친명(친이재명)계는 이 대표의 구속 여부와 관계없이 이 대표를 결사옹위하며 비명계 의원들을 압박할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가 실제로 구속되면 징계를 통한 공천 배제 등 실질적인 책임을 물을 가능성이 있고, 구속되지 않더라도 '찬성표' 자체에 배신자 프레임을 씌워 배척에 나설 공산이 크다. 친명계 일각에서는 이미 '옥중 공천' 주장까지 나오고 있다. 친명계 좌장 정성호 의원은 지난 22일 MBC 라디오 '신장식의 뉴스 하이킥'에서 '영장이 발부되면 옥중에서도 권한을 활용해야 하냐'는 질문에 "당분간은 그렇게 해야 한다"고 답했다.
홍민성 한경닷컴 기자 msho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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