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정치를 왜곡하고 혼란으로 몰아넣은 진원지, 장본인은 이 대표다. 지난해 대표 선출 이후 그는 오로지 구속을 면하기 위한 것 이외에 무엇을 했는지 보이지 않는다. 개인 사법리스크 방어를 위해 공당을 볼모로 잡고 ‘상식의 정치’를 무너뜨렸다. 선거에서 졌다면 반성의 시간이라도 갖는 게 정상인데, 대선 패배 두 달 만에 연고도 없는 인천 계양을 출마 선언을 하고 당선 뒤 곧바로 대표 경선에 나선 것부터 염치와 책임이 없다. “이재명의 민주당을 만들겠다”며 자신과 당을 ‘인계철선’화한 것은 제왕적 총재 시절에도 볼 수 없었다.
그가 그간 한 말을 보면 정치 지도자로서 품격은 조금도 찾을 수 없다. ‘자위대의 한반도 진주’ ‘미군은 점령군’ 발언은 사실을 왜곡한 대중 선동이다. 표창장을 주고, 수차례 대면보고도 받고, 9박11일의 출장을 함께 가서 골프 친 사람을 ‘안면인식장애(prosopagnosia)’라는 기상천외한 변명을 대면서 몰랐다고 했다. 교묘한 화법은 또 어떤가. 대장동 의혹 관련 인물이 대부분 이 대표와 관련이 있는데도 ‘국민의힘 게이트’ ‘윤석열 게이트’라고 호도했다. “존경하는 박근혜 전 대통령”이라고 했다가 “진짜로 존경하는 줄 알더라”고 조롱하고, 경북 칠곡에 가서 전두환 전 대통령에 대해 “공과가 존재” “3저 잘 활용”을 강조하더니 광주에 가선 “학살 주범”이라고 외쳤다. 돈봉투 파문 등 답하기 곤란한 질문을 받을 때마다 “태영호 의원 녹취 문제는?” 식의 동문서답으로 피해 나갔다. 수차례 불체포특권 포기 약속을 해놓고 헌신짝처럼 내버린 것은 입에 올리기 신물이 날 지경이다.
그는 민주주의를 타락시켰다. 사법리스크가 불거질 때마다 어김없이 민주주의를 입에 달고 산다. 체포동의안 가결 직후 “검사 독재정권의 폭주와 퇴행을 막고 민주주의를 지켜야 한다”고 했다. 표결 전날엔 “헌법 질서와 민주주의를 지켜달라”고 했다. 검찰의 대장동 및 성남FC 비리 등 수사와 관련해선 “민주주의와 헌정 질서 파괴”라고 주장했다. 증거와 진술이 넘쳐나는 수사를 어떻게 검찰 독재라고 할 수 있나. 개인 비리 수사일 뿐인데 민주주의 파괴와 엮은 것은 억지, 궤변이다. 민주당도 이견이 큰 법안은 숙의하도록 한 안건조정위 제도 취지를 훼손, 의회민주주의의 기본인 절차적 민주주의조차 무너뜨려 놓고선 민주를 약방의 감초처럼 내세운다. 민주주의는 사법리스크를 방어하고, 자신들의 행위를 정당화하기 위한 위장술, 장식용 겉치레일 뿐이다. 민주주의가 거대 야당에 의해 이렇게 똥값이 되고 있는 것이다. 이 대표는 틈만 나면 외곽의 팬덤에 의존, 직접민주주의를 동원하면서 대의 민주주의, 정당정치도 망가뜨리고 있다.
툭하면 ‘국민’이란 단어를 개인 방패막이로 동원하는 것도 어이가 없다. 이 대표는 영장 실질 심사를 앞두고 “국민을 믿고 굽힘 없이 전진한다”고 했다. ‘이 대표=국민’류의 등식을 반복하고, 민주당은 자신들의 법안 추진을 ‘국민명령’이라고 한다. 총리, 장관들 탄핵을 추진하면서 ‘국민항쟁’을 외쳤다. 전체주의 프로파간다 냄새가 물씬 풍긴다.
지난 대선 이후 우리 정치는 ‘이재명 방탄 블랙홀’에 빠져 뒤틀리고 마비됐다. 체포안이 부결된 것은 당내에서조차 더 이상 이런 정치 파괴는 안 된다는 저변의 기류가 반영된 것이다. 이재명 리스크의 본질은 정치 지도자의 생명줄인 ‘신뢰의 자본’ 붕괴다. 그런데도 감옥 가도 대표직 사수, 공천권 행사 등의 얘기가 공공연히 나온다. 이 대표 한 사람 때문에 민주당뿐만 아니라 한국 정치 전체가 퇴보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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