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해외에서 판치는 K브랜드 짝퉁

입력 2023-09-25 17:59   수정 2023-09-26 00:11

K팝을 필두로 드라마, 영화 등의 한류 열풍에 힘입어 식품, 화장품 등 다른 영역에서도 K라벨이 붙으면 일단 믿고 사는 시대다. 하지만 K브랜드의 위상이 높아진 만큼 부작용도 만만찮다. 해외에서 위조·모방한 짝퉁 K제품이 불티나게 팔린다고 한다. 삼양식품의 불닭볶음면이 대표적이다. 중국 알리바바에서 팔리는 가짜 불닭볶음면은 닭 그림의 위치만 바꿔놓고 ‘불닭볶음면’이란 글자를 명확하게 표시해놨다. 단감 등 중국산 과일이 태국 등 동남아시아에서 한국산으로 둔갑해 팔리는 일도 비일비재하다. 한국 소주 참이슬을 베낀 ‘참일슬’을 비롯해 ‘너꾸리’ ‘포커칩’ 등 중국산 과자도 한국산이라고 속여 판다니 기가 찰 지경이다. 올해 1~7월 중국 알리바바와 동남아시아 쇼피, 인도네시아의 토코페디아 등에서 유통되는 한국 브랜드 짝퉁 상품의 피해 추정액은 6조원을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자국 문화를 세계에 수출할 수 있는 나라는 몇 안 된다. 미국, 일본, 유럽의 몇몇 나라 등 선진국뿐이다. 미국의 할리우드 영화, 홍콩 누아르, 일본의 J팝, 프랑스와 이탈리아의 음식과 패션, 브리티시 인베이전 등이 대표적이다. K브랜드의 부상은 그런 점에서 놀라운 성과다. ‘한강의 기적’이란 스토리에 더해 한국인 특유의 독창성, 혁신성, 근면성 등이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것이다.

“K라벨은 우리 조상들이 싸워 쟁취한 품질보증서다.” 방탄소년단(BTS) 리더 RM이 최근 유럽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한 말이다. 그는 K팝의 아티스트 상품화 등 K브랜드를 비꼬는 듯한 기자의 질문에 “한국은 침략당하고, 둘로 나누어진 나라다. 70년 전만 해도 아무것도 없었다. 그런데 지금은 전 세계가 주목하고 있다. 그것은 우리가 스스로 발전하기 위해 열심히 일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일침을 놨다.

K브랜드 짝퉁 유통을 이대로 방치하면 수출과 일자리 감소는 물론 가짜 제품의 위생, 안전 문제 등으로 인해 이미지에 큰 타격을 입을 수 있다고 업계는 호소한다. 정부는 온라인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있다지만 더 체계적인 지식재산권 보호책 마련이 시급하다. 힘겹게 일군 K브랜드의 위상이 위조품에 의해 훼손되는 것은 막아야 한다.

전설리 논설위원 slj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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