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1세대 섬유예술가 이신자(93·대한민국 예술원 회원)는 처음 작품을 발표했을 때 이런 비난에 시달려야 했다. 당시 한국 섬유예술의 압도적인 대세는 자수. 화가에게 받은 그림을 고운 명주실로 병풍 등에 정교하게 수놓는 게 섬유예술의 전부처럼 여겨졌다. 하지만 이신자는 이런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노끈, 포대 자루 등 다양한 재료를 염색하고, 뽑고, 엮고, 붙여 현대적 추상회화를 연상시키는 작품을 만들었다. 자수가 아니라 응용미술을 전공한 ‘이방인’이어서 시도할 수 있었던 파격이었다. 그의 참신한 작품은 1956년과 1958년 대한민국미술전람회(국전)에서 문교부 장관상을 수상하며 미술계의 인정을 받았다. 그 후 이신자는 새로운 시도를 거듭하고 수많은 제자를 양성하며 섬유예술이 ‘아녀자의 취미’를 넘어 미술의 한 분야로 당당히 자리 잡도록 하는 데 크게 기여했다. 그가 걸어온 60여 년의 발자취는 그렇게 한국 섬유예술의 역사가 됐다.
국립현대미술관 과천관에서 열리고 있는 대규모 회고전은 작품 90여 점과 아카이브 30여 점을 통해 그의 삶과 작업 전반을 살펴볼 기회다. 전시는 내년 2월 18일까지 열린다.
성수영 기자 syo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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