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제국 외교 무대' 돈덕전, 100년 만에 시민 품으로

입력 2023-09-25 18:23   수정 2023-09-26 00:59


대한제국의 외교 무대인 덕수궁 돈덕전(惇德殿)이 100여 년 만에 시민 품으로 돌아온다. 근현대 외교 관련 전시공간 및 복합문화공간으로 활용된다. 돈덕전은 25일 개관기념식을 열고 26일 정식으로 문을 연다.

돈덕전은 서울 덕수궁 석조전 북쪽에 있는 서양식 2층 건물이다. 1902년 당대 프랑스 파리에서 유행하던 건축 양식을 본떴다. 고종 즉위 40주년을 기념해 대규모 국제행사를 열기 위한 장소로 조성됐다. 서양 열강과 대등한 근대국가로서의 면모, 주권 수호 의지를 세상에 보여주기 위한 목적이었다.

이런 구상은 러·일전쟁과 콜레라 창궐 등으로 무산됐다. 돈덕전은 이후 외교 사절 접견 장소와 국빈급 외국인의 숙소 등으로 사용됐다. 1905년 을사늑약으로 외교권을 일제에 뺏긴 뒤 1920년대 훼철됐다. 그 자리에 어린이 유원지, 덕수궁 관리를 위한 가건물 등이 세워졌다가 헐렸다.

새롭게 개관한 돈덕전은 대한제국 외교의 중심 공간이었다는 역사성을 반영했다. 대한제국 외교사 전시와 기록 보관 및 도서 열람, 국내외 문화교류와 예술행사를 위한 공간으로 조성됐다.

앞서 문화재청은 2015년부터 덕수궁의 역사성을 회복하고 역사 문화자원으로 조성하기 위한 복원 정비사업을 추진했다. 돈덕전은 2017년 발굴조사 과정을 시작으로 지난해 외부 공사를 마무리했다. 지난 24일 전시물 제작과 설치 등 내부 작업이 끝났다.

문화재청은 최대한 원래 모습에 가깝게 재현했다고 설명했다. 조사 과정에서 출토된 벽돌과 타일을 재현해 건물 외관과 복도 바닥에 활용했다. 내부에는 100년 전 분위기의 조명과 프랑스식 가구, 집기를 배치했다. 보일러실로 활용된 것으로 추정되는 지하 시설도 복원했다.

1층은 대한제국 모습을 담은 영상자료실과 국제행사를 열기 위한 기획전시실로 구성됐다. 2층은 한국 근대 외교의 흐름을 이해할 수 있는 상설전시실과 20세기 초 서양의 ‘살롱’을 모티브로 한 아카이브실이 자리한다. 상설전시는 1876년 강화도 조약 체결부터 1907년 헤이그 특사 사건까지 대한제국 외교사와 관련된 자료 및 미디어아트 등으로 구성됐다.

2층 상설전시실에선 보물 ‘서울 진관사 태극기’(1919)가 전시된다. 일장기 위에 태극과 4괘를 먹으로 덧칠한 작품으로 주권 수호 의지를 보여준다. 원소장처인 대한불교조계종 진관사와의 협의로 원본은 26일까지 전시되고 이후 복제품이 걸린다.

서화가이자 초대 주미 공사관 수행원인 강진희(1851~1919)가 남긴 ‘화차분별도’(1883)도 만나볼 수 있다. 증기기관차, 복층 건물 등 외국 문물을 받아들이려던 조선 정부의 의지와 이를 실현하고자 했던 외교관들의 노력을 압축해서 보여준다.

안시욱 기자 siook95@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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