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국이 매년 퇴직연금 상품을 솎아내는 ‘퍼포먼스(성과) 테스트’도 수익률을 끌어올리는 동력이다. 호주는 2021년부터 당국이 펀드별 수익률, 자산배분 구조, 수수료 수준 등을 따져 해마다 합격·불합격을 가린다. 투자 수수료와 세금 등을 뗀 실제 수익률이 기초자산별 기준 수익률보다 연간 0.5% 이상 낮으면 불합격하는 식이다. 해마다 기준이 다르지만 통상 6~9년 중장기 투자 성과를 주로 따진다.
단순히 경고하는 수준이 아니다. 펀드가 한 해 미달 판정을 받으면 가입자에게 불합격 사실과 함께 다른 펀드로 옮기는 게 나을 수 있다고 고지해야 한다. 2년 연속 불합격하면 신입 가입자를 받을 수 없다.
린 켈리 호주 재무부 퇴직연금부문 담당 1차관보는 “호주는 펀드 규모나 안전자산 비중 등에 별다른 규제를 하지 않는다”며 “대신 성과를 따져 지속적으로 부진한 결과를 내면 시장에서 쫓아낸다”고 설명했다. 그는 “당국도 각 펀드가 자본을 잘 유지하는지가 아니라 얼마나 효율적으로 운용해 수익을 내는지를 집중 검사한다”고 덧붙였다.
2021년 제도 도입 이후 지난 8월 말까지 불합격 공지 등을 보고 투자 상품을 바꾼 호주 퇴직연금 가입자는 80만 명에 달한다. 이들을 따라 총 390억호주달러(약 33조4530억원)가 이동했다. 수익률을 따지다 보니 호주 안팎의 상장주와 비상장주, 인프라 등 성장 자산 위주로 구성된 펀드에 가입자가 몰리고 있다. 지난해 기준 자산의 85.4%가 원리금 보장형에 묶여 있는 한국 퇴직연금과는 딴판이다. 매년 세계 연금제도 평가 보고서를 내는 연금 전문 자산운용·컨설팅업체 머서의 데이비드 녹스 시니어 파트너는 “호주 연금 사업자는 꾸준히 성과를 내야만 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는 걸 알기 때문에 투자 포트폴리오에 엄청난 공을 들인다”며 “이 때문에 시장 전반의 수익률이 높아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시드니=선한결 기자 alway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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