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앞에 검은 점과 초파리(하루살이)가 보이는 듯한 느낌이 들어요."
추석 연휴를 맞아 이른바 '홈캉스(집에서 보내는 바캉스)'를 하며 그간 못 본 영상물을 시청하겠다는 계획을 전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하지만 오랜 시간 전자 기기 화면을 들여다보면 눈 건강에 치명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가장 우려해야 하는 안과 질환 중 하나는 비문증이다. 비문증은 벌레, 먼지 같은 게 눈앞에 둥둥 떠다니는 듯한 현상으로, '날파리증'으로 불리기도 한다. 특정 자세에서 더 많이 보이고, 밝은 곳을 볼 때 더 많이 나타난다는 특징이 있다.
비문증은 눈의 노화와 망막 문제 등으로 발생한다. 노화는 비문증을 일으키는 가장 대표적인 원인이다. 눈 속 투명 젤리 조직으로 불리는 '유리체'의 액체화로 미세한 혼탁 물질이 발생해 눈 속을 떠다니게 된다. 또 망막에 구멍이 생겨 박리된 세포 등이 눈 속을 떠돌아다니는 상태에 이를 수도 있다.
비문증은 일상생활 속에서 경험하기 쉬워 방치하는 경우가 많지만, 급격하게 눈에 보이는 것들이 많아진다면 꼭 병원을 찾을 것을 의료진은 권고한다. 혹시라도 실명으로 이어질 수 있는 망막 열공(망막이 찢어져 망막전층에 결손이 생긴 질환)과 망막 박리, 망막 혈관 문제가 원인인지 진단하기 위해서다.
눈앞에 떠다니는 듯한 물체의 개수가 많아지고, 암막처럼 눈을 가리는 느낌, 안구 통증, 시력 저하, 두통, 출혈 등의 증상이 동반되는 경우에는 더욱이 주의가 필요하다.
단순 노화에 의한 비문증은 시력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망막 내층과 황반부에 구조적 변화가 없으면 경과를 관찰하고 지켜보면 된다. 하지만 비문증이 심해지면 눈 속 유리체 안의 혼탁 물질을 제거하는 수술인 유리체 절제술을 고려해야 한다.
비문증을 자가 진단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우선 밤에 잠자리에 들기 전 방 불을 밝게 켠 뒤, 한쪽 눈을 가리고 번갈아 가며 밝은 벽을 보면 된다. 그러고 나서 다음 날이 되면 전날에 비해 비문증 양이 늘었는지 확인해보면 좋다.
황성하 가천대 길병원 안과 교수는 "비문증 양이나 보이는 빈도가 전보다 늘었는지 주기적으로 확인해야 한다"며 "단순 노화에 의한 비문증은 심해지지 않을 수 있으나, 잦은 스마트폰 사용 등으로 망막과 혈관 문제에 따른 비문증은 증상이 악화하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김세린 한경닷컴 기자 celin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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