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약 취소 해달라" 갈등 폭발…집값 오르자 속 쓰린 매도인 [돈앤톡]

입력 2023-09-30 08:00   수정 2023-09-30 10:25


서울 곳곳에서 모아타운이 추진되면서 잡음이 끊이질 않습니다. 모아타운 사업지로 선정돼 집값이 오를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지면서 대상지로 지정되지도 않은 지역에서 매도인과 매수인이 갈등을 빚고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지역에 투기 목적을 가진 외지인들도 유입돼 기존에 살고 있던 원주민과의 갈등도 커지고 있습니다.

30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서울 곳곳에서 모아타운이 추진되고 있습니다. 모아타운은 서울시에서 추진하는 주택정비사업 가운데 하나입니다. 소규모주택 정비 관리지역을 모아타운이라고 합니다. 대규모 재개발이 어려운 노후 저층 주거지의 새로운 정비모델인 '모아주택'을 블록 단위로 모아 단지화를 이루는 개념입니다. 아파트처럼 체계적으로 관리할 수 있고 다양한 편의 시설도 함께 조성됩니다.

크게 두 가지 방식으로 추진됩니다. 먼저 자치구 공모 방식은 모아타운 지정을 통해 노후주택과 기반 시설 정비를 희망하는 서울시 내 자치구를 대상으로 매년 1회 추진됩니다. 주민 제안 방식은 모아주택이 집단으로 추진되는 지역에서 사업을 추진하는 주민이 직접 계획을 수립해 자치구에 제출할 수 있습니다.

사업 초기임에도 불구하고 기대감이 가격에 반영돼 매매 계약을 두고 갈등을 겪는 경우가 많습니다. 매수인 A씨는 모아타운 사업지 내에 있는 연립·다세대를 매도인 B씨로부터 사기로 했습니다. 양측은 매매 계약을 체결하고 A씨는 B씨에게 계약금을 보냈습니다. 하지만 단기간 시세가 급등하자 B씨는 돌연 계약하지 못하겠다며 배액 배상을 할 테니 계약금을 해제하자고 합니다.

하지만 매매계약을 유지하고 싶었던 A씨는 B씨에게 중도금 일부를 지급해 계약을 해제하지 못하도록 합니다. 중도금 납부는 B씨의 동의를 얻지 않아도 줄 수 있기 때문입니다. A씨는 "계약을 유지해야 한다"는 입장이고 B씨는 "동의한 적 없다. 취소해달라"는 입장입니다.

김예림 법무법인 심목 변호사는 "모아타운 후보지에서 매매계약 체결 후 사업 지정이 확실해지는 시기가 오자 갑자기 가격이 급등, 계약 해제를 둘러싼 분쟁이 발생하고 있다"며 "경우에 따라 다르지만, 매도인이 매매계약을 해제할 것을 통보하고 계약금 배액 상환 절차까지 구체적으로 진행했다면 중도금을 지급하더라도 계약 해제가 가능하다"고 설명했습니다.

투기꾼들이 몰려들면서 원주민과의 갈등이 빚어지는 곳도 있습니다. 이달 초 강남 3구 등 주택·상가 소유주들은 '단독·다가구·상가주택 소유주 연합'을 구성하고 오세훈 서울시장의 무분별한 정비사업 추진에 대해 규탄 성명을 발표했습니다.


대표적으로 마포구 합정동과 서초구 반포1동은 작년 투기 우려와 원주민 반대 등으로 모아타운으로 선정되지 않았습니다. 강남구 개포2동은 모아타운 추진에 맞서 원주민들이 토지면적 60% 반대 의견과 토지 등 소유자 수의 30% 이상 반대 동의서를 강남구청에 제출했고, 송파구 삼전동도 투기 세력이 유입돼 원주민들의 반대가 극심합니다.

소유주 연합은 "모아타운은 지역에 거주하고 있는 원주민들의 의견을 무시하고 외지인과 빌라 건축업자만 배를 불리는 무리한 정비사업"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원주민만 골머리를 앓는 것은 아닙니다. 해당 집에 사는 세입자들도 문제입니다. 소규모 주택 정비사업인 모아타운은 재개발과 달리 세입자가 이사비나 주거 이전비 등을 받기가 어려운 구조입니다. 최악의 경우 집주인이 세입자들에게 이런 비용을 부담해야 합니다. 연립·다세대, 단독·다가구 등은 특성상 서민들이 거주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들에 대한 대책은 전혀 없는 상황입니다.

강남구에 있는 한 공인 중개 관계자는 "모아타운을 추진해 일대가 개발되면 결국 좋은 것은 집주인들 아니겠느냐"며 "사업지에 사는 세입자들은 다른 지역으로 밀려났다가 다시 돌아오기 어려운 구조"라고 귀띔했습니다.

이송렬 한경닷컴 기자 yisr020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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