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원 겁박한 공공노조…"탈퇴하면 조합원 권한 정지"

입력 2023-09-26 18:26   수정 2023-09-27 01:48

고용노동부는 공공부문 노사가 체결한 위법·부당한 단체협약·노조규약 124개에 대해 시정명령을 내리기로 했다고 26일 밝혔다. 고용부가 단체협약 등을 대상으로 대규모 시정명령을 하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이번 조치는 고용부가 지난 5월 공공부문 단체협약과 노조규약에 대해 대대적으로 실태조사를 벌인 데 따른 후속 조치다. 당시 479개 공공부문 단체협약과 48개 노조규약을 조사한 결과 143개 단체협약과 6개 노조규약에서 법령 위반 소지를 적발했다. 예컨대 A공무원노조는 규약에서 노조 탈퇴를 시도하는 조합원의 권한을 정지하는 방식으로 상급단체 탈퇴를 방해했다. B공무원노조는 승진심사위원회에 노조가 추천한 위원이 30% 이상 참여해야 한다는 단체협약 규정을 뒀다. C공공기관 노조는 자신들이 사측과 협상할 수 있는 유일한 교섭단체라는 취지의 단협을 체결했다.

고용부는 실태 조사 이후 전국 지방노동위원회에 ‘위법 단협·규약의 시정명령 의결’을 요청했다. 고용부가 시정명령을 내리려면 지방노동위에서 ‘인용’ 의결이 나와야 한다.

고용부에 따르면 전국 12개 지방노동위에서 120개 단체협약과 4개 노조규약에 대해 인용 의결이 나왔다. 17개 공공부문 노사와 2개 노조는 지노위 의결 직전 자율적으로 위법한 단협과 노조규약을 고쳤다. 고용부 관계자는 “노동위 의결서를 접수하는 즉시 시정명령을 내리고, 이에 불응하면 노조법에 따라 형사처벌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형사처벌 시 500만원 이하 벌금이 부과된다. 일부 노조는 고용부의 시정명령에 대해 소송으로 맞서겠다고 예고한 상태다.

곽용희 기자 ky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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