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정 손실액만 2억400만원. 예금 몽땅 깨서 물타기도 못합니다.", "희대의 버블프로"…. (포털 종목토론방)
에코프로 주가가 고점 대비 40% 넘게 떨어지면서 상투를 잡은(고점에 매수) 투자자들의 곡소리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에코프로는 단기 실적 대비 고평가 논란이 지속되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전기차 수요 둔화, 중국산 리튬인산철(LFP)배터리 비중 확대 등의 변수까지 맞물렸다. 이 와중에 자회사인 에코프로머티리얼즈의 상장이 모회사 평가가치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평가까지 나오고 있다.
더군다나 주식 가격 자체가 비싸기 때문에 평가액으로 보면 체감 손실 규모가 더 클 수밖에 없다. 예를 들어 10만원 주식이 1% 하락하면 1000원을 잃게 되지만, 100만원짜리가 1% 떨어지면 1만원의 손해를 보게 된다. 같은 손실률이더라도 누적 피해금 규모가 더 불어날 수 밖에 없다.
최근 에코프로의 하락은 이차전지 업종 전반의 조정을 받은 데 따른 것이다. 주가 과열 인식 속 주가가 제자리를 찾아가고 있단 분석이다. 글로벌 전기차 시장이 둔화하면서 이차전지 수요가 가라앉을 것이란 우려도 투자심리에 악영향을 줬다. 최유준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올 3분기 실적에 대한 우려와 LFP 채택률 증가, 설비 과잉 평가 등이 영향을 미쳤다"고 말했다.
상반기까지 이차전지의 랠리를 이끌었던 미 인플레이션 감축법안(IRA) 모멘텀도 약화한 상황이다. 최근 미국 예산안 협상 난항으로 미 정부의 셧다운(부분 업무정지) 위기감이 고조된 가운데 각종 인프라 투자가 위축될 가능성이 불거졌다. 이차전지 소재 업체들의 경우 실적 전망에 빨간불이 켜졌다. 양극재 판매가격은 주요 소재인 리튬, 니켈 등 광물가격의 하락으로 싸졌지만, 정작 과거 비싼 가격으로 매입한 리튬으로 양극재를 생산해야 해 수익성이 악화할 것으로 분석됐다.
조준기 SK증권 연구원은 "이차전지 업종의 주가가 급등할 수 있었던 건 IRA 법안 통과 후 국내 업체들이 수혜를 받아 강력한 성장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됐기 때문"이라며 "이차전지의 성장 관련 불확실성이 높아진 점만으로도 높은 밸류에이션이 정당화되기 어려운 상황이었던 만큼 최근 강한 매도세가 연출됐다"고 설명했다.
이같은 악재가 단기에 그치지 않을 것이란 점에서 주가는 당분간 약세 흐름을 보일 것이란 게 증권가 전망이다. 이안나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이차전지 섹터의 조정기는 지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2023~2025년 국내 양극재 기업들의 연평균 성장률이 45% 이상(추정)임을 감안하면 이차전지 주가 조정이 이어지면서 밸류에이션 매력도가 높아졌다"면서도 "양극재 기업 중심으로 3분기 저조한 실적, 3분기 수주 공백기 등으로 인해 오는 10월까지는 조정이 이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에코프로머티리얼즈의 상장도 우려 요인이다. 자회사 상장으로 모회사 가치가 떨어질 수 있어서다. 자회사와 모회사가 동시 상장할 경우 기업가치가 이중으로 평가되는 '더블 카운팅'이 발생한다. 자회사의 실적이나 기업가치가 모회사의 주가에 이미 반영돼 있기 때문이다. 이때 상장한 자회사의 투자 매력이 크다면 투자자들은 모회사보단 자회사에 더 돈을 더 쏟게 된다. 모회사는 뒷전이 되고, 이는 주가 하락이란 결과를 낳는다.
LG화학과 LG에너지솔루션 사례가 대표적이다. LG화학은 물적분할한 LG에너지솔루션 상장 전후로 오히려 주가가 급락했다. 자회사 상장이 모회사 주가에 독이 되는 게 이같은 사례다. 에코프로머티리얼즈는 오는 11월 중순 상장할 예정이다. 이미 지난달 25일 금융위원회에 증권신고서를 제출하면서 공모 시장에 본격 뛰어들었다.
공매도도 부담이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달 22일 기준 에코프로의 공매도 잔고 수량은 188만3404주로 집계됐다. 공매도 잔고금액은 약 1조8024억원으로 코스닥 상장기업 가운데 가장 많았다. 시가총액 대비 공매도 잔고 금액 비중은 7.07%로 코스닥 상장사 가운데 휴마시스, 엘앤에프에 이어 세 번째로 높았다.
신현아 한경닷컴 기자 sha0119@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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