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 원어스(ONEUS)가 또 예상치 못한 모습으로 돌아왔다. 매 컴백 탄탄한 스토리의 앨범과 음악, 독창적인 퍼포먼스로 놀라움을 안긴 이들은 이번에도 평범함을 거부했다.
원어스(서호, 이도, 건희, 환웅, 시온)는 26일 열 번째 미니앨범 '라 돌체 비타(La Dolce Vita)'를 발매한다.
최근 진행한 인터뷰에서 건희는 "4~5개월 만의 컴백이다. 빠른 시일 내에 팬분들께 우리의 무대를 또 보여드릴 기회가 생겨서 감사하다. 새로운 모습에 도전했는데 팬분들이 어떻게 생각해주실지 기대된다. 자신감을 많이 채우고 준비했기 때문에 기대가 앞선다"고 소감을 밝혔다.
앨범명 '라 돌체 비타'는 '달콤한 인생'이라는 뜻의 이탈리아어다. 건희는 "이국적인 콘셉트에 도전했다. 그간 동양풍 퍼포먼스를 많이 보여드렸는데 다른 모습에 도전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있었다. 동양풍뿐만 아니라 다른 것도 잘할 수 있다는 걸 보여드리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타이틀곡 '바일라 꼰미고(Baila Conmigo)'는 헝가리 무곡 4번의 테마 위에 뭄바톤의 리듬을 가미해 리메이크한 곡이다. 뜨거운 열정과 사랑을 절제된 사운드 위에 담아낸 게 인상적이다.
'인어왕자' 콘셉트가 유독 신선하다. 건희는 "인어공주 스토리를 빌려왔다. 인어공주에게 다리가 생겨서 단 하룻밤 사랑하는 사람과 춤을 출 수 있다면, 그 단 하루만이라도 나와 함께 춤을 추자, 너와 함께 보내고 싶다 등의 뜻으로 해석해 봤다"면서 "무대적으로도 연기·표정 등에 신경을 썼다. 아련한 분위기와 감정 연기를 만나볼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인어공주 스토리를 떠올리게 된 계기를 묻자 '평범함을 탈피하는' 원어스다운 답변이 나왔다. 짙은 라틴 풍의 곡이 지니는 기존 이미지에서 확 벗어나고 싶었다는 거였다. 건희는 "맨 처음 노래를 들었을 때 너무나 당연하다는 듯이 투우사, 장미 등 정열적인 빨간색이 생각났다. 머릿속에서 전형적인 콘셉트가 그려지더라. 너무 뻔하게 가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기획팀에서 메인 컬러를 파란색으로 가보자는 얘기를 해줬다. 여기에 인어공주의 스토리를 입혀서 나와 함께 춤을 추자는 이야기라면 어떻겠느냐고 제안을 줬는데 너무 좋았다. 과몰입을 해가며 완성을 시켰다. 앨범을 더 특별하게 꾸밀 계기가 된 것 같다"며 만족감을 표했다.
환웅은 "이번 타이틀곡은 흔치 않게 미리 내부에서 준비가 돼 있었던 곡"이라면서 "저번 앨범의 타이틀곡을 선정하는 과정에서 있었던 곡인데 너무 좋아서 '수록곡에 쓰일 친구가 아니다'라고 강력하게 주장했다. 인고의 시간을 거쳐 디벨롭해 지금의 곡이 됐다"고 비하인드를 전했다.
곡이 좋아 욕심이 났다는 멤버들이었다. 환웅은 "여러 가지 아이디어를 내면서 프로듀서분들께 부탁을 많이 했다. 댄스 브레이크는 피드백을 두, 세 차례나 부탁해 지금의 곡이 완성됐다. 새롭게 도전한 부분도 많다. 콘셉트도 그렇고, 라틴 음악도 처음 시도하는 거였다. 보컬은 굉장히 디테일적인 요소에 노력을 더해서 제일 완성도 있는 앨범이 나오지 않았나 싶다"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퍼포먼스에 대한 자부심도 남달랐다. 원어스는 "굉장히 핫한 안무가인 영준쌤(최영준)이 디렉터로 참여해 주셔서 퀄리티가 높아졌다. 거기에 퍼포먼스 담당인 환웅이도 직접 참여해서 원어스의 아이덴티티를 잘 챙겼다"고 말했다.
퍼포먼스에 대해 조금 더 구체적으로 설명해 달라고 하자 환웅은 "남자 아이돌 군무의 특징은 직선적이다. 각지고 파워풀한 것에 포인트 돼 있는데 이번 우리의 퍼포먼스는 직선이 아닌 곡선을 추구하고 있다. 조금 더 탄력적이고 부드럽게 표현하려고 노력했다. 감정선이 잘 전달될 수 있도록 굉장히 많이 노력했다"고 답했다.
이어 "스토리 텔링뿐만 아니라 새로 시도해보는 구성이나 포인트도 많아서 보다가 '오? 이렇게 표현했구나'라면서 많이 놀라실 것"이라고 덧붙였다.
건희는 난도에 대해 "보는 입장에서 안 힘들어 보이는 것 같은데 느낌을 주고 컨트롤하는 과정에서 그동안 했던 퍼포먼스보다는 조금 더 힘든 부분이 있더라"면서도 "그만큼 곡이랑 찰떡인 퍼포먼스가 나와서 만족하고 있다. 무대에서 항상 스토리를 가져가려고 한다. 기승전결이나 가사 표현, 곡 소스에 맞는 걸 신경 써서 표현하는데 자신감이 있는 퍼포먼스가 완성됐다"고 힘주어 말했다.
라틴 장르를 택한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이번 앨범에는 타이틀곡 스페니쉬 버전까지 넣었다. 해외 진출을 염두에 둔 것인지 묻자 건희는 "요즘 빌보드 차트를 보면 라틴팝이 대세가 된 추세더라. 우리의 노래도 빌보드에 맞는, 유행에 맞게 차트인을 할 수 있는 곡이 되지 않을까 하는 기대도 있었다"고 솔직하게 말했다.
빌보드가 최종 목표냐는 질문엔 "가장 핫한 '빌보드 200'에 들었으면 좋겠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전 세계에 있는 분들이 우리를 더 찾아주셨으면 했다. 그래서 원곡 분위기에 맞게 스페니쉬 버전도 준비했다. 전 세계적으로 사랑받고 싶은 마음"이라며 환하게 웃었다.
물론 장르적인 끌림도 있었다. 환웅은 "우리는 처음 음악을 시작했을 때부터 새로운 장르에 도전하는 것에 큰 의미를 뒀다"면서 "사실 이번 타이틀곡은 자신이 있었으면서도 결과물을 보기 전까지는 '이게 우리에게 맞는 색깔이 맞을까' 고민이 많았다. 하지만 이제는 음악적으로도, 비주얼적으로도, 퍼포먼스적으로도 농익은 모습을 소화할 수 있게 된 것 같다. 잘 성장했다고 생각한다"며 미소 지었다.
건희 역시 "그동안 많은 장르에 도전했다. '쉽게 쓰여진 노래'는 아련하고, '반박불가'는 파워풀하고 카리스마 넘치고, '월하미인'은 동양풍이다. 소화할 수 있는 스펙트럼이 넓은 그룹이라는 걸 보여드리고 싶었다"면서 "뭘 도전해도 원어스다운 색깔을 만들 수 있겠다는 자신감이 생겨서 어려운 고민이었지만 이번에도 도전할 용기가 났다"고 털어놨다.
스페니쉬 버전 녹음이 어렵진 않았냐고 묻자 서호는 "한국어를 잘하는 현지 스태프분이 녹음 디렉을 같이 봐주셨다. 발음이 너무 어려워서 고생했다. 그래도 나름대로 칭찬을 많이 들었다. 현지에서도 반응이 좋을 것 같다고 말해주셔서 굉장히 힘들었지만 의미 있는 작업이었다"고 대답했다.
이도는 "발음이나 가사 내용이 확실해야 현지 분들이 편하게 들을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강해서 혀 굴리는 걸 신경 쓰며 열심히 녹음했다. 현지 스태프분이 녹음하는 동안 계속 같이 있으면서 발음을 많이 봐줬다"고 전했다. 이를 들은 환웅은 "혀를 수백번 튕긴 것 같다"고 덧붙여 웃음을 안겼다.
목표를 밝히는 목소리에서는 진정성이 묻어났다. "매 무대, 매 순간을 즐기려고, 최선을 다하려고 해요. 저희는 좋은 무대를 남기고 싶은 욕심이 커요. 경연 프로그램에 임할 때도 1위나 우승이 목표가 아니라 좋은 무대를 남기자는 각오로 준비했거든요. 이번에도 팬분들을 놀래게 해드리고 싶은 목표가 있어요. 많은 분께 가치를 인정받았으면 좋겠어요. '원어스가 이 정도 하는 팀이구나'라고 생각해주셨으면 좋겠어요."
환웅은 스스로 '대기만성형 그룹'이라는 표현을 썼다. "이번 노래를 듣고 나서 많은 분이 원어스에 대해 의구심을 가졌으면 좋겠어요. '이 팀은 5년 차고, 열 번째 미니앨범인데 한계가 있을까? 왜 아직도 새로운 콘셉트에 도전하고 있지? 근데 또 잘 어울리네? 이 친구들은 기세가 점점 더 불타오르는 느낌이지?'라고 말이죠. 그릇이 커서 채워지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린다는 생각이 들었으면 해요."
원어스의 성장 과정에서 빼놓을 수 없는 건 월드투어다. 올해 초 북남미 14개 도시에서 데뷔 첫 월드투어를 마치고 한층 높아진 글로벌 인기를 실감했다.
시온은 "'여기서 우릴 사랑해주실까?' 하는 걱정과 기대감으로 찾아뵀는데 너무 큰 사랑을 받고 돌아왔다"면서 "이번 활동이 끝나고 두 번째 월드투어를 떠나는데 전에 아쉬웠던 부분을 보완했다"고 말했다.
환웅은 "남미 투어는 시작 전부터 정말 많은 주의사항을 얘기해주더라. 본인의 옷을 던질 수도 있으니 조심하라고, 반응하지 말고 잘 대처하라고, 우린 다 큰 어른이지 않냐 등의 말을 들었다. 제이팍(박재범) 선배님의 무대를 보고 어떻게 해야 할지 생각했는데 다행히 K팝 팬분들이라 그런지 그런 건 없었다"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그는 "한국은 떼창의 민족이라는 말이 있지 않냐. 남미는 떼춤이 가능한 느낌이라 정말 깜짝 놀랐다. 투어를 하면 할수록 무대를 통해 배우는 게 많아서 팬분들께 감사하다. 성장할 수 있는 원동력"이라며 "숨이 막힐 정도로 힘든데도 그 모습을 보면 가능한 한 정말 오래 활동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더라. 이제 5, 6년 차가 됐는데 감사하게도 계속 새로운 곳에 가서 팬분들을 만날 수 있다는 사실에 감사하다. 최대한 많은 곳에 가서 팬분들을 뵙고 싶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어느덧 'RBW의 기둥'이 됐다는 말에 원어스는 손사래를 쳤다. "후배들에게 부끄럽지 않은 선배가 되고 싶은 마음이에요. 마마무 선배님들과 같은 회사인 게 자랑스러웠거든요. 선배님들께 좋은 영향을 받았던 것처럼 저희도 자랑스러웠으면 좋겠어요. 워낙 라이브를 잘하는 선배님들이니까, '같은 회사인데 잘하네?'라는 평가를 받고 싶어요. 그래서 더 잘하고 싶은 욕심도 있는 것 같아요. 후배분들에게 기대감이 생길 수 있는 멋진 선배가 되고 싶습니다."
김수영 한경닷컴 기자 swimming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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