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노동자 부족 만성화…베이비부머 은퇴에 기업들 '초비상'

입력 2023-09-26 11:30   수정 2023-09-26 1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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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인구 구조 변화로 노동자 부족 현상이 고착화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2차 세계대전 이후 출생한 베이비부머가 은퇴하고 있는데 출산율은 낮아지면서 노동력이 채워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에서 동시다발적 파업이 발생하고 임금인상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것도 현재의 노동자 우위 현상을 보여준다.
◆미 경제활동 참가율 67.3%→60.4%로 감소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국의 실업률이 역대 최저 수준인 4% 미만을 유지하고 있는 것은 인구 구조의 변화에 따른 노동력 부족 현상이 고착됐기 때문이라고 2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미국 기업들은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이후 경기가 호전되면서 고용을 확대하고 있지만, 마땅한 직원을 찾기 어려워졌다. 하지만 이런 고용시장에서 노동자 우위 현상은 단기적인 것이 아니라 장기적으로 굳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미국에서 1946년부터 1964년 사이에 출생한 베이비부머는 7600만명에 달한다. 베이비부머의 연령대가 35~54세였던 2000년 미국의 경제활동 참가율은 67.3%로 정점을 찍었다. 경제활동 참가율은 노동 가능 인구 중 경제 활동하는 비율을 뜻한다.

당시 미국에서 닷컴버블이 터지기 직전으로 경제가 그만큼 커지던 시기다. 미국 베이비무버 세대는 지난 20여년간 미국 노동력의 중추적인 역할을 했다.

현재 베이비부머의 연령은 58~77세다. 이미 대부분이 은퇴 연령을 넘겼다. 팬데믹 기간 경기가 악화하자 은퇴를 당긴 이들도 많다. 오는 2028년에는 베이비부머 중 가장 젊은 1964년생도 평균 은퇴 연령인 64세가 된다. 5년 뒤면 베이비부머가 노동 시장에서 사실상 사라진다는 얘기다.



미국 노동부 집계에 따르면 올해 8월 경제활동 참가율은 62.8%로 집계됐다. 베이비부머 세대의 은퇴에 따라 오는 2032년 경제활동 참가율은 60.4%로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의 전체 피고용자 수는 지난 10년 간 매년 1.2%씩 증가했지만, 앞으로는 2032년까지 매년 0.3% 증가에 그칠 전망이다.

베이비부머 은퇴 이후 빈자리를 채워줄 젊은 이들이 사라지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의 1000명당 신생아 수는 1960년 23.7명에 달했지만, 2021년에는 11명으로 반토막이 났다. 미국의 이민정책 변화로 그동안 미국 출생률에 크게 기여했던 이민자도 크게 줄었다.
◆이민 정책 노동력 부족 해결할까
노동력 부족 현상이 지속되면 미국 기업의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 미국에서는 최근 자동차 노동조합을 비롯해 할리우드 작가 조합 등도 임금인상을 요구하며 파업에 나서고 있다.

건설업체 서포크의(Suffolk)의 최고경영자(CEO)인 존 피시는 "고령화와 함께 산업에 진입하는 젊은 인력이 줄어들고 있다"며 "목수 한명이 버는 돈이 1년 전보다 20~25% 늘었는데, 이런 구조는 지속 가능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기술의 발전도 부족한 노동력을 완전히 채우기엔 한계가 있다. 챗 GPT와 같은 획기적인 생성형 인공지능(AI) 도구가 나왔다고 하지만 완전히 노동자를 대체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WSJ에 따르면 지난 10년간 미국의 생산성 증가율은 1.4%로 과거 평균보다 더 떨어졌다.



기업들은 이민을 통한 노동력 확보의 전제조건으로 미국 정부가 예측할 수 있는 이민정책을 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행정부가 바뀔 때마다 이민 정책이 급변하는 탓에 장기적인 예측이 쉽지 않다는 것이다.

과거 싼 노동력을 찾아 생산시설을 해외로 이전했던 기업들이 최근 미국 정부의 보조금을 받기 위해 '리쇼어링'(생산시설의 본국 복귀)하는 것도 미국 내 노동력 부족 현상을 부채질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피시 CEO는 "정부가 면밀한 이민정책으로 노동력 부족 현상을 해결하지 못한다면 당장 2~3년 안에 노동자들의 임금을 대폭 올려줘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신정은 기자 newyeari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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