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매시장에서 재건축 아파트에 대한 인기는 원래도 많았습니다. 최근엔 서울 강남 3구 핵심 지역에 있는 단지가 더 인기가 높아졌죠."
이주현 지지옥션 선임연구원(사진·46)은 최근 <한경닷컴>과의 인터뷰에서 "강남 3구는 투자하기엔 각종 규제 등 허들이 높지만, 경매를 이용하면 이런 장벽을 조금이라도 낮출 수 있기 때문"이라면서 이렇게 말했다.
경매시장에 각종 수요가 몰리고 있다. 투자자는 물론 실수요자도 경매에 눈을 돌리는 분위기다. 경매 시장은 통상 기존 주택 매매 시장을 선행한다. 아무래도 투자 수요가 많기 때문이다. 시장이 호황일 것 같으면 경매 입찰자들이 늘어나고 입찰가율도 높아진다. 시장이 꺾이는 분위기에서는 반대의 상황이 된다. 경매 시장을 보면 주택 시장 분위기를 읽을 수 있다는 얘기도 여기서 나왔다.
이주현 선임연구원은 "최근 경매 투자자들이 강남 3구에 있는 재건축 아파트에 관심을 보인다"면서 지난 5월 대치동 은마 아파트가 대표적인 예라고 설명했다. 대치동에 있는 '은마' 전용 84㎡는 지난 5월 26억5000만원에 낙찰됐다. 감정가인 27억9000만원의 95.1% 수준에 낙찰됐다. 당시 시세가 24억원이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높은 수준이었다. 지난 5월에 경매에 낙찰 받았을 때는 조합원 지위 양도가 가능하다는 기대감에 수요가 몰렸다.
이 연구원은 그러나 은마아파트는 지난달 26일 조합이 설립됐다는 점을 강조했다. 강남구는 투기과열지구라 조합이 설립된 이후에는 원칙적으로 조합원 지위 양도가 금지되기 때문이다.
채권자가 개인인 물건을 낙찰받으면 조합원 지위가 승계되지 않기 때문에 현금 청산될 가능성이 있다. 그렇다고 이미 조합이 설립된 단지에서 경매를 받는 게 불리한 것만은 아니다. 그는 "물건을 경매에 내놓은 채권자가 금융기관이라면 예외적으로 조합원 지위를 양도받을 수 있다"고 귀띔했다.
이 연구원은 경매 투자자들이 강남을 눈여겨보는 이유로 '실거주 의무'를 꼽았다. 강남, 서초구 등에는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된 곳이 많다. 이는 매수자가 집을 매수한 후 직접 들어가서 살아야 하지만, 경매로 집을 낙찰받으면 직접 들어가 살지 않고 세를 놓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
최근 들어 경매시장에 일반 실수요자들의 참여가 늘었다는 점도 강조했다. 경매를 통해 '내 집 마련'에 나서고 있다고 설명이다. 이 연구원은 "강남 재건축 단지들에는 투자 수요가 몰리고 있지만 강남을 제외한 다른 지역에는 실수요자들이 관심을 가지고 있는 상황"이라면서 "신축 대단지 아파트가 경매에 많이 나오는데 이들 단지가 인기가 많다"고 설명했다.
이어 "신축 대단지에 실수요자가 많이 몰리고 있다는 점은 가격을 통해 알 수 있다"면서 "예컨대 감정가가 10억원이고 실제 시장에서 거래되는 가격이 12억원 수준일 때 실수요자들은 매도 호가에 가깝게 가격을 써내는 경향이 있다. 어차피 당장 팔지 않고 실거주하기 때문이다. 투자자들이 최대한 낙찰가를 낮춰 써 수익률을 극대화하려는 모습과는 상반된다"고 분석했다.
경매할 때 유의할 점은 뭐가 있을까. 이주현 선임연구원은 "경매는 부동산등기부등본에 나와 있는 소유권 등 권리관계를 확인하는 '권리분석'을 할 수 있어야 한다"며 "어떤 투자든 마찬가지지만 금전적인 부분이 걸려 있기 때문"이라고 조언했다.
그러면서 "권리분석을 잘 마쳐 낙찰을 잘 받았다면 절반은 온 셈"이라면서 "명도도 굉장히 중요한 부분인데 권리분석이 책상에 앉아 손품을 팔아 할 수 있는 과정이라면 명도는 발품을 팔아서 해야 하는 과정이다. 사람과 사람이 맞부딪히는 과정이라 오히려 권리분석보다 더 신경이 쓰이고 어려울 수 있다"고 부연했다.
이 연구원은 "경매를 고민하는 수요자들 가운데 경락잔금대출(경매에 낙찰받으면 받을 수 있는 대출 상품) 금리가 높을 것이라고 보고 지레 겁을 먹는 경우도 있다"면서 "이는 예전에 나왔던 상품이고 최근엔 2금융권 일부에만 남아 있는 상품이다. 요즘은 특례보금자리론, 일반 주택담보대출 등도 받을 수 있어 시장 금리를 받아들일 수 있는 수준이라면 오히려 경매로 낮은 가격에 물건을 낙찰받는 게 더 나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주현 선임연구원은 지지옥션에서 선임연구원으로 각종 경·공매 데이터 등을 분석한다. 한국자산관리공사 온비드발전위원회 자문위원도 겸하고 있다. 지지옥션 경매 상담사례 100선 등 저서를 내기도 했고 부동산 경매 칼럼니스트로 각종 매체에서 활약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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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이송렬 한경닷컴 기자 yisr0203@hankyung.com
사진·영상=유채영 한경닷컴 기자 ycyc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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