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게 청구된 구속영장이 기각되자, 같은 당 김용민 의원은 27일 오전 2시 37분께 페이스북에 "168명보다 1명의 판사가 더 큰 일을 했다"고 적었다.
김 의원이 거론한 168명은 민주당 국회의원 수를 뜻하며 1명의 판사는 이번에 구속영장 기각 결정을 내린 유창훈 서울중앙지법 영장 전담 부장판사를 가리키는 것으로 보인다.
앞서 25일 민주당 의원 168명 중 161명은 서울중앙지방법원에 구속영장 기각을 요청하는 탄원서를 제출했다.
국민의힘은 이날 이 대표 구속영장 기각과 관련해 "결국 법원이 개딸(이 대표 극성지지자)에 굴복했다"고 비판했다.
강민국 수석대변인은 논평에서 "추상같이 엄중해야 할 법원이 판단이 고작 한 정치인을 맹종하는 극렬 지지층에 의해 휘둘렸다"며 "그런 점에서 오늘 결정은 두고두고 법원의 오점으로 기억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강 수석대변인은 "법원이 이제 '법은 만인 앞에 평등하다'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겠느냐"며 "숱한 범죄 의혹으로 가득한 1500페이지에 달하는 검찰의 의견서는 차치하더라도, 이재명 대표는 수사 과정에서 대한민국 법치를 농락해 왔다"고 말했다.
그는 "이 대표는 각종 지연작전과 검찰과의 실랑이로 검찰 조사를 방해하고, 단식으로 동정여론을 조성하려는 낯부끄러운 시도까지 했다"며 "체포동의안 표결 하루 전날에는 사실상 부결을 지시하는 지령문까지 내려보냈으니, 대한민국 역사에 이런 피의자가 존재했는지 묻고 싶다"고 비판했다.
강 수석대변인은 "그런데도 법원은 이 대표에게 '불구속 수사의 원칙이 배제할 정도로 구속의 사유와 필요성이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라고 했다"며 "과연 어느 국민이 오늘 법원의 판단을 상식적으로 이해하실 수 있는지 묻고 싶다"고 꼬집었다.
이어 "이제 대한민국의 어떤 범죄혐의자들이 사법 방해 행위를 자행한다 한들 구속수사를 통해 제대로 된 수사를 할 수나 있을지 의문"이라며 "더욱 우려되는 것은 이제 이 대표와 민주당이 마치 자신들이 면죄부라도 받은 양 행세하며, 또다시 국민을 기만하는 모습"이라고 경고했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정부과천청사 출근길에 기자들과 만나 "영장 청구는 범죄 수사를 위한 중간과정"이라며 "검찰의 구속영장 청구가 기각됐다고 해서 죄가 없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한 장관은 향후 검찰이 무리한 수사라고 역풍을 맞을 가능성에 대해선 "이미 20여명이 구속된 사건인데 동의할 국민이 얼마나 될지 모르겠다"면서 "범죄수사는 시스템이 동력이다. 차질없이 진행될 것으로 생각한다"고 전했다.
구속을 면한 이 대표는 이날 오전 3시50분쯤 경기 의왕시 서울구치소를 나오며 "인권의 최후 보루라는 사실을 명징하게 증명해주신 사법부에 깊은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고 입장을 밝혔다.
이어 "역시 정치는 정치인이 하는 것 같아도 국민이 하는 것이다"라며 "정치는 언제나 국민의 삶을 챙기고 국가의 미래를 개척해 나가는 것이라는 사실을 여야와 정부 모두 잊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제는 상대를 죽여 없애는 전쟁이 아닌 국민과 국가를 위해 누가 더 많은 역할을 제대로 할 수 있는지를 경쟁하는 진정하는 의미의 정치로 되돌아가길 바란다"면서 "다시 한 번 대한민국의 헌정 질서를 굳건하게 지켜주고 현명한 판단을 한 사법부에 깊이 감사드린다"고 덧붙였다.
이미나 한경닷컴 기자 helpe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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